섬티아고 가는 길

by 김 경덕

섬티아고 가는 길

지긋지긋한 장마보다는 차리리 더위가 나을 것 같았다.

그래서 8.15 연휴기간 동안 남부 지방에 폭염이 시작됐다는 소식을 듣고서는 그 속으로

들어가기로 작정을 했다. 대전을 지나고 나니 드디어 햇빛이 보이기 시작한다. 나의 늙은

애마 베라크루스가 나 보다 오랜만에 만나는 햇빛을 더 좋아하는 것 같다.
단숨에 달려 내려와 목포를 곁 눈질한 후 압해대교를 건너 오후 3시 조금 지나 송공 선착장에

안착을 했다. 오늘 최종 목적지는 소악도이다.
마침 소악도 들어가는 마지막 배가 3시 30분에 있었다. 서둘러 나의 애마를 카페리 속에

안착시키고 나니 갑자기 긴장이 확 풀렸다.

바다 위였지만 폭염이 대단하였다.

에어컨이 풀가동하는 승객실에 들어가 겨우 한 숨을 돌리고 나니 배는 천사 대교 밑을

지나가고 있었다. 카페리는 한 시간도 채 못되어 두 번째 기착지인 소악도 선척장에 도착했다.

선착장은 너무 초라하고 한산했다 정말 아무것도 없었다.
얼마 전 TV에 방영된 12 사도 작은 예배당에 관한 프로를 으름 풋이 기억하고서는 오늘

무작정 내려왔다. 이곳에 얼마 전 국내외 설치 미술가 여섯 명이 협력하여 12개의 작은

예배당을 만들어 놓았다.
막상 섬에 들어와서 보니 소악도는 한 개의 섬이 아니라 다섯 개의 작은 섬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대, 소 기점도, 진섬, 딴섬 그리고 소악도이다.
썰물 때는 노두렁 길로 연결이 되고 밀물 때는 각자의 섬으로 분리가 되는 형제 섬들이다
작은 예배당은 개펄 속 선착장 위, 마을 어귀, 작은 숲 속, 풍광이 좋은 언덕 위, 갈림길 입구

또는 작은 저수지 한가운데 등에 각자의 개성에 따라 정갈하게 지어져 있었다.
12개 예배당 모두 돌아보는 순례길은 총 12km로 천천히 감상하며 또 묵상하며 걸으면 하루가

너끈히 걸리는 코스다.

차를 가지고 들어갔기 때문에 순서를 제대로 알지 못해서 마지막인 12번째인 가롯 유다

교회부터 찾아갔다. 서둘러 5번째 교회까지 돌고 나니 날이 저물었다.

소 분기 섬 길목에 있는 방문자 센터 주차장에서 차박을 하기로 하고 차를 주차시켰다.

여기서 만난 진성 순례객들로부터 이곳 섬 티아고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비로써 들을 수가 있었다.
순례길 순서, 각 예배당의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볼 수 있는 시간, 각 교회에 사도들 이름과 함께

세겨놓은 별칭들....
역시 아는 것만큼 보인다고 한 말이 여기서도 그대로 통했다. 꼼꼼히 메모를 해 두었다가 별이

솟이지는 교회는 당일 밤 바로 찾아갔다. 다음날은 새벽부터 주어진 시간대에 맞추어 1번 베드로

교회부터 다시 차례차례 돌아보기로 하였다.

여명에 가장 아름답게 보인다는 1번 베드로 교회를 시작으로 차례차례 다시 찾아갔다.
어제 처음으로 지나친 가롯 유다 교회를 오늘 마지막으로 다시 찾아갔더니 별칭이 '지혜의 집' 이였다.
가롯 유다와 지혜, 어울리는 듯하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오늘 밤 잠자리에 들기까지 깨달아야 하는 오늘의 화두가 되었다.

천사의 섬에 12 사도 교회를 세우기로 기획한 작가의 상상력도 훌륭하였지만 이 계획을 지원한

신안군과 무엇보다도 종교의 벽을 뛰어넘어 선선히 이 계획을 받아들인 소악도 주민들이 더더욱

존경스러워 보였다.

여러분 소악도에 한번 찾아가서 마음에 지니고 있는

각자의 상처들을 한번 치유받아 보세요!
가능하면 저 처럼 혼자 가 보세요.
더욱더 많은 힐링이 될 것입니다.

2020, 8, 15
광복절 날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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