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5 해방과 6.25 전후에 태어 난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의 타고난 재능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자라 버린 깜깜이 세대들이다. 그저 하루 세끼 잘 얻어먹고 학교에 다니는 것만으로도 최고의 행복지수를 지닌 부류에 속할 수가 있었다. 남들보다 공부를 조금 잘하게 되면 자의 반 타의 반 상급학교 즉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 입시 준비에 자신의 모든 것을 걸어야만 했다. 그러니까 자신의 재능이 어떤 것이 있는지 타고난 재주가 무엇인지 모르고 자랄 수밖에 없었다. 어느 날 돌아보니 갑자기 어른이 되어 있었다.
은퇴 후 무료함을 달래 보려고 이것저것 접해보았더니 손재주는 제법 있는 것 같았다. 그러나 입 재주는 정말 부끄러울 정도로 수준 이하였다.
현역 시절 제일 고통스러운 일 중 하나는 직장 동료들과 함께 밴드가 있는 주점에 가거나 2차로 노래방에 가는 일이었다. 혼자서 몰래 연습도 해 보았지만 음정은 몰론 박자를 전혀 맞출 수가 없었다. 음치의 벽을 넘어서지 못하고 결국은 포기하고 말았다. 덕분에 머릿속에 노랫말만은 남보다 훨씬 더 많이 지니고 있다.
옛날 함께한 직장 동료가 18번으로 부른 노래 중 하나가 김 태곤의 "송학사"이다. 처음 듣는 순간 노래 가사가 내 마음에 제법 깊이 와 닿았다. 그 후 기회 있을 때마다 이 노래를 청해 들어면서 항상 대리 만족을 하곤 하였다.
"산 모퉁이 바로 돌아 송학사 있거늘 무얼 그리 갈래갈래 깊은 산속 헤매냐 밤벌레의 울음 계곡 별 빛 곱게 내려앉나니 그리운 맘 님에게로 어서 달려가 보세"
생각나는 대로 쓴 후에 다시 확인을 해보니 음치의 특징을 살려서인지 철자 외에는 내 기억이 거의 정확하였다.
그런데 얼마 전 어느 방송 프로그램을 시청하였는데 이 노래가 우리나라 정서와 전통 악기 연주가 들어 있어서 서태지의 "하여가"와 함께 대표적인 대중 윌드 뮤직에
속한다고 하였다.
이틀 전 지인과 함께 오대산 상원사를 늦은 시각에 돌아 나오면서 이 노래를 마음속으로 한번 따라 해 보았다. 노래를 하며 가사를 돼 싶어 보니 가슴에 내려와 닿는 또 다른 무엇이 분명히 노랫말 속에 들어 있는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