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당쇠

by 김 경덕

마당쇠

일찍 일어나는 새벽형이라 가족들로부터 새벽 단잠을 깨우게 한다고 자주 핀잔을 받는다.
그래서 아내로부터 받은 별칭이 "마당쇠"다.
듣기가 뭐해서 안방 출입을 무시로 할 수 있는 마당쇠라고 스스로 격상을 시켜 놓았다.
오늘은 마당쇠가 빗자루 대신 핸들을 잡았다.
손위 처형 마님과 손 아랫 처제 마님 총 7명을 뫼시고 전주까지 내려갔다가 태안을 거쳐 1박 2일 제법 먼길을 다녀왔다.
밤늦은 운전으로 조금은 피곤하였지만 천리포 수목원 뒷산을 산책하려고 새벽에 올라갔다.
앞서가는 내 마님은 마당쇠 보다 젊어서인지 걸음이 제법 빠르다.
새벽 햇살에 멀리서 바라보이는 마님의 등 뒤가 어쩐지 쓸쓸해 보였다.
계절 탓인가?
꼭 혼자서 새벽 산책을 나온 중 늙은 할미 같은 모습이다.

순간 이 공간에서 나란 존재가 없어질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갑자기 떠올랐다.
그렇다.
우리는 이런 연습을 전혀 하지 않으면서 살아간다.
천년만년 함께 살아갈 수 있을 것 같은 착각 속에.......

아!
마당쇠가 되었건,
고집 불통 영감이 되었건,
아니면 냄새나는 할아버지가 되었건,
살아있는 존재하는 그 자체 만으로도 중요하구나 하는 생각이 불현듯 머릿속에 떠 올랐다.
어쩌면 노년은 마당쇠 노릇이 훨씬 더 편할지도 모르겠다.
왜냐하면 마당쇠 노릇을 제대로 하려면 그리고 가끔 안방 출입도 하고 싶으면 무엇보다 건강해야 하니까!

2018년 11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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