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갓길에 누군가 등을 쳐서 돌아보니 아무도 보이지 않는다. 또 등을 친다. 다시 돌아보니 은반의 여왕 김 연아처럼 3회전 반을 공중회전을 한 후에 내 발 밑에 사뿐히 착지하는 낙엽이다.
그래서 등을 치고 떨어지는 가을 낙엽을 원망하지 말라고 어느 시인이 노래했던가?
우리가 살고 있는 아파트 진입로의 가로수 수종은 느티나무다. 벌써 20여 년 성인이 된 이 터널 가로수 길은 계절에 상관없이 주민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봄과 여름은 나무 그 자체의 신록과 녹음으로 우리 눈을 즐겁게 해 준다. 가을과 겨울은 동시에 두 장면을 연출하며 우리를 더욱 즐겁게 해 준다. 가을에는 나무 위의 황홀한 단풍과 바닥에 떨어진 낙엽 어느 것이 우위라고 할 수 없을 만큼 그 새깔이 조화롭고 풍요롭다. 느티나무가 일 년 내내 비바람 맞으며 그린 대형 수채화다. 그런데 이 황홀한 그림을 아침마다 지우는 사람들이 있다. 말없이 힘들게 낙엽을 쓸어 담는 경비 아저씨들이다. "아저씨 그 단풍 며칠 더 두었다가 쓸면 안 되나요?" "안됩니다.~ "조그만 늦게 쓸어도 주민들이 난리를 칩니다." "아, 그런가요?"
겨울에는 일 년 내 수고한 나무 대신 하늘이 눈으로 수채화를 그려준다. 나무 위에도 땅에도... 자기 집 앞 눈은 주민들이 묵시적으로 쓸게 되어 있다. 가끔 단지 내 방송도 한다. "주민 여러분 눈이 많이 내리고 있습니다. 단지 내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 제설 작업에 주민 여러분의 협조가 필요합니다." 그런데 나오는 사람이 거의 없다.
정작 치우지 말아야 할 낙엽 청소는 닦달을 내면서 스스로 동참하여 빨리 치워야 할 눈은 왜 모두 다 못 본체 할까?
이제 얼마 지나지 않으면 펼쳐질 또 다른 백색 수채화를 고대하며 오늘 만추의 문턱을 넘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