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여 년 전 어느 가을날 새벽이었다. 지방 출장을 갔다가 올라오는 길에 시간도 너무 늦고 피곤하여 대전 유성에서 하룻밤을 묵기로 하였다. 평소 습관대로 새벽에 일찍 일어나 바로 길을 나셨다. 새벽안개가 제법 짙게 끼어 있었다. 고속도로를 버리고 갑사를 지나는 국도로 방향을 잡고 올라가 보기로 작정을 하였다. 한참을 운전하며 올라오다 보니 안갯속에 마곡사 안내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이른 시간이라 서둘러 올라갈 일도 없고 해서 마곡사에 한번 들어가 보기로 하였다. 차를 주자 시켜놓고 대웅전 방향으로 올라가니 스님들이 마당에 빗질을 하고 계셨다. 오염된 내 발 지국을 빗질해 놓은 자리에 오늘 처음으로 남기기가 조금 민망스러워 대웅전 본당으로 바로 들어가지 않고 산속으로 난 등산로를 따라 계속해서 올라갔다. 흐트러진 마음을 추스르게 하는 호젓한 새벽 산책길이었다.
안갯속을 더듬으면서 한참을 올라가니 안개가 발아래로 쳐지기 시작했다. 그때 안개가 흩어지는 산사 깊은 산속에서 청아한 피아노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무슨 곡인가 하고 귀를 기울여보니 바로 한경애가 부른 "옛 시인의 노래"였다. 나도 모르게 흩어지는 안개를 타고 흐르는 피아노 소리를 따라 발길을 옮겨 놓았다. 거기에는 조그마한 마당이 있고 그 뒤로 제법 규모가 있는 암자가 한채 있었다. 암자 끝방의 문은 반쯤 열려있었고 그 방에서 피아노 소리가 흘려 나오고 있었다. 궁금하여서 열린 문틈으로 안을 들어다 보니 그 법당 안에는 뜻밖에도 피아노 한대 놓여 있고 그 앞에 어느 비구니 스님이 단정하게 앉아서 이곡을 치면서 새벽을 열고 있었다. "마른 나뭇가지 위에 떨어지는 작은 잎새 하나 그대가 나무라 해도 내가 내가 잎새라 해도.... "
비록 노랫말은 없었지만 전해지는 분위기 만은 말로는 표현하기 힘든 황홀함과 감동 그 자체였다.
한동안 이 노래를 잊고 살았다. 오늘 새벽에 운동을 하려 나갔더니 안개가 조금 끼어있었다 갑자기 그 옛날 마곡사가 생각나고 그래서 이 노래도 다시 듣고 싶어 졌다. 그때 그 산속 분위기를 상상해 보면서 여러분도 저랑 함께 들어 보실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