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 길

by 김 경덕


진도 기행

젊은 시절 "스잔나"란 영화가 있었다.
당시 이 영화의 주제곡을 많은 사람들이 좋아들 하여 한 동안 유행한 적이 있다.
"해는 서산에 지고 쓸쓸한 바람 부네
날리는 오동잎 나는 오동잎 닮았네"
가을 해가 서산에 걸려있다
요즈음 딱 이 노랫말이 어울리는 계절이다.
.
흔히들 봄은 맞으려 나가야 만날 수 있고
가을은 따라나서야만 만날 수가 있다고 하였다.
자꾸만 움츠려 들어가며 오동잎처럼 메 말라가는 영혼을 달래 보려고 서둘러 길을 나셨다.
남녘 땅 끝 진도까지 가을을 따라 내려갔다.
울돌목을 건널 때는 다행히 조류가 바뀌는
시간대라 명랑 수로가 조용했다.
울렁대는 새가슴으로 다리를 건너니 드디어 석양빛에 머리를 단정하게 빗은 서해 바다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일몰 시간에 맞추어 세방 낙조대까지 단숨에 달려 내려갔다.
또 다른 가을빛이 노을 속에 잔뜩 들어 있었다.
노을빛에 아니 가을빛에 물든 여인들의
모습이 갑자기 아름다워 보였다.
저무는 가을밤은 섬 맨 끝자락에 자리한
숙소에서 와인 한 병을 비운 후에야 겨우 잠자리에 들 수가 있었다.
여독에 빠져 몽중을 헤매던 지난밤에는 가을비가 수줍은 인사를 하고 지나갔다.

둘째 날에는 이름이 제법 까칠하게 느껴지는 첨찰산 고개를 넘어 "운림산방"에 들어가 잠시 머리를 식혔다.
이곳에는 가을을 개인 소유로 완전히 가두어 놓았다.
푸른 가을 하늘을 등지고 발가벗은 모습으로 단감들이 나뭇가지에 매달려 있었다.
모두 다 가슴에 품고 싶은 미녀들처럼 내 눈에 속속 들어왔다.

코로나 19 때문에 쌓인 마음속 먼지를 가을을 따라가며 세심을 해보려고 나섰는데 오히려 농익은 가을 산야와 바다를 바라보며 흑심만 잔뜩 품고 올라온 꼴이 되고 말았다.
남도의 가을은 익을 만큼 무르 익어 있었다.

2020, 11, 6

진도 그리고 천사 대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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