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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 경덕 Jan 06. 2021

재래시장

재래시장

새로운 지역을 여행할 때면 필히 짬을 내어 찾아가는 곳이 있다.

바로 전통 재래시장이다.

우리나라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형태와 규모만 조금 다를 뿐 세계 어느 나라에나 모두 다

그 지역의 특성에 어울리게 운영되고 있다.
외국 출장길에나 여행을 할 때 일정상 조금이라도 여유가 생기면 빠뜨리지 않고 재래시장

(Public market)을 찾아갔다.


나의 이 버릇은 이십 대 초반부터 생겼다.
20세에 고향을 떠난  60년대 중반부터 결혼 전까지 서울에서 16년간 하숙 생활을 하였다.
지금은 무엇을 적게 먹을까  또는 무엇을 먹지 말아야 할지를 고민하는 시대지만 당시에는

어떻게 하면 먹고 싶은 것을 더 많이 먹을 수 있을까를 궁리하던 시대였다.
하숙집 풋성귀뿐인 반찬은 항상 양도 차지 않았지만 우리들 입맛에도 맞지 않았다.
바닷가 출신인 우리들은 식탁을 대할 때마다 항상 그립고 먹고 싶어 지는 음식은  비린내가

물씬  풍기는 생선 찌게나 구이 종류들이었다.

식욕이 왕성하던 20대 초반인 당시에는 이 욕구를 충족시킬 방법이 없었다.
그래서 고향이 그리워지거나 부모님 얼굴이 갑자기 보고 싶어 지는 날에는  하숙집을  

슬그머니 빠져나와 발길을 옮겨 놓은 곳은 바로 하숙집 가까이에 있는 재래시장이다.

갈 때마다 빼놓지 않고 항상 들리는 곳은  생선전 골목이다.
냉동시설이 열악했던 시절이라 생선전에서 풍기는 악취는 지금과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역하고 지독하기까지 했다.

이 생선전에서 풍기는 악취가 바로 우리 같은 촌놈들의 향수병을 치료시켜주는 치료약이

되었으니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우습기도 하고 바보스럽기도 한 참으로 씁쓸한 추억중

하나이다.
결혼 전 테이트 시절 지금의 아내와 함께  가끔 찾아간 곳은 동대문 광장시장 내 난전 골목인

지금의 먹거리 골목이다.
왜 이런 곳으로 데리고 오느냐고 핀잔도 많이 받았지만 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않았던 학창

시절이라 궁여지책으로 찾아간 바로 이 곳이었다.

적은 돈으로 배불리 막을 수가 있었기 때문이다.


오늘 아침 이곳 싱가포르에 사는 딸 내외와 함께 새벽 산책을 나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이곳

재래시장을 찾아서  들어갔다.
이곳은 도시국가라 이런 재래시장이 없는 줄 알았는데 이곳 중국인들을 상대로 아침에만

잠깐 영업을 하는 제법 규모를 갖춘 재래시장이 있었다.
우선 과일 가게에 들어가니 싱싱한 제철 열대 과일들이 겹겹이 쌓여 있었다.
두리안, Jack Fruit, 망고스틴, 망고, 파파야, Passion Fruiet 등 닥치는 대로 바구니에

주워 담았다. 다음은 잔뜩 기대하고 다가간 생선가게, 여러 가지 종류의 새우는 물론 병어도

있고 갈치, 오징어, 전갱이, 조기, 광어 등 우리 눈에 익숙한 생선들이 꽤 많이 매대 위에 놓여 있었다.
열대 지방이라 횟감은 찾을 수가 없고 매운탕 재료를 찾고 있는데 한 가게에 제법 많이 펼쳐놓은

싱싱한 다금바리가 눈에 들어왔다.
1.5kg 정도 되어 보이는 제일 큰 놈을 골랐는데  우리 돈으로 이만 원 정도다.
마지막으로 잡화 가게를 빠져나오는데 아내가 진열된 몸빼(?)를 발견하고는 하나 사달라고

진지하게 청을 한다.
우리나라 재래시장에 함께 갈 때마다 좋은 옷 한 벌 사 주겠다고 하고서는 몸빼를 농담 삼아

권했는데 오늘은 진짜로 사 달라고 한다.
거금 S10$(\8,000) 내고  화려한 보라색 몸빼를 하나 사서 아내에게 선물을 했다.
다음 달 아내의 생일 선물을 미리 사준 꼴이 되었다.
임마누엘 웅가로 원단보다 훨씬 더 화려한 색깔에다  때깔마저 곱다.
아내가 만족해하는 걸 보니 나도 덩달아 기분이 좋다.
계획 없이 지나는 길에 들른 이곳의 재래시장,  지금까지 둘러본 다른 나라 재래시장에서 보다

더 많은 물건도 사고 아내를 위해  거금(?)도 투자했다.

새해를 이렇게 알뜰하게  거금으로  시작했으니 금년에는 남을 위한 투자는 과감히 줄이거나

단위를 낮추어야만 될 것 같다.

       2019년 1월 5일   Singapore

                  재래시장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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