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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 경덕 Mar 04. 2021

정리정돈

정리정돈

양평에 자리 잡고 있는 '모새골'(''든 것을 '새'롭게 하는 ''짜기) 공동체 내에 있는 목공실을 운영한 지가 벌써 10년지났다.

애초에 15평 크기의 창고였는데 목공실로 개조한 것이다. 원래 창고였기 때문에 바닥이 거칠어 먼지가 많이 나고 합판으로 마감한 벽은 여름 장마철 누수로 인하여 곰팡이가 여러 군데 끼어있다.
손을 불까 하고 생각은 했었지만 혼자서는 엄두가 나지 않아서 손을 대지 못하고 있었다. 이번에 이곳을 총괄 관리하는 장로님 주도로 모든 기계와 공구를 들어내고 대 청소를 하였다.  바닥은 에폭시를 발라 깔끔하게 마감처리하고 벽에는 페인트를 다시 칠했다.
어제 기계를 다시 들어 놓고 모든 공구와 자재를 재 배치하며 정리정돈을 하였다.
이 목공실을 시작할 때  내심 한 가지 목표를 정해

두었다. 전국에서 가장 깨끗하고 정리정돈이 잘된 곳으로 유지해 보겠다고....
그래서  벽 한쪽 면에다 "정리정돈"이라고 조그맣게
새겨 놓았다.
    "정리는 쓸데없는 것은 과감히 버리는 것이고

      정돈은 자기 자리에 제대로 두는 것이."
이라고 세부 목표까지 세워 두었다.

목공용 기계나 공구들은 대부분 제 자리에 찾아갔지만 문제는 작업 중  발생하는  각종 부산물과 필요한 잡동사니 부폼들은  둘 자리가 마땅치 않았다.
이곳저곳 눈에 잘 띄지 않는 곳에  감추어 두었는데

따로 모으고 나니 버리고 태울 것이 무려 2.5톤 한 트럭이 훨씬 넘었다. 나도 놀랐다.
아까운 물건도 있었지만 과감하게 처리하였다.
물건만 버린 것이 아니라 그동안 쌓인 정도 버렸다.


아! 10년 동안 알게 모르게 목공실에 쌓인 쓰레기가 이러할 찐데 70년 동안 마음속에 쌓인 쓰레기는 과연 몇 트럭이나 될까?
버린다면서,

내려놓는다면서,

아직도 짊어지고

오늘도 전전긍긍하며

몰래 감추어 두고

끙끙대며 살아가는  

불쌍한  인간아!

정리정돈은 나부터 인데....

   2021, 3,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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