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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 경덕 Apr 03. 2021

어디로 가야 하나?

어디로 가야 하나?

예수님이 십자가에서 달려 비참하게 돌아가신
모습을 본 제자들은 모두 자기들의 삶을 찾아서  각자의 길로 흩어졌다.
살아 남기 위해 은신을 하기도 하고 고향으로
돌아가기도 했을 것이다.
가장 가까이서 그리스도의 말씀을 듣었고
기적을 행하는 현장을 직접 목격하기도 하였지만 이들에게는 깨달음이 없었다.
제자 이전 보통의 남자로 돌아가 버린 것이다.
주님이 부활하셨다는 소식을 듣기 전까지
이들은 과연 무슨 생각을 하며 살았을까?
오늘은 주님이 돌아가신 후 첫째 날이다.
주인을 잃고 멍따를 당한 제자들의
모습으로 나도 한번 돌아가 보고 싶어 졌다.

얼마 전 아내가 종합검진 때 발견된 종양으로 큰 수술을 받았다.  영원히 이 세상에서 아내와 이별을 할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에 며칠간 멍따를 당한 적이 있다.
그때 며칠간 궁상을 떨며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 중 하나는 아내의 흔적을 지우는 일이었다.

아마 대부분의 제자들도 예수님과 같이한 흔적을 지우려고 생각을 했을 것이다.
그리고는 그동안 품고 있었던 원대한 꿈을 허무하게 내려놓았을 것이다.
이 세상을 주님의 가르침에 따라 변화시켜야겠다고 생각한 제자가 과연 그들 중에 몇이나 있었을까?
몇 년 전 유럽의 어느 미술관에서 엠마오로 돌아가는 두 제자들의 모습을 그린 그림을 감상한 적이 있다.
두려움이 가득 차 서둘러 도망가듯이 고향으로 돌아가는

두 제자의 얼굴 모습이었다.

그 얼굴 위에 내 굴도 겹쳐 보였다.

이러한 제자들을 불쌍하게 여긴 주님께서 다시 마가의 다락방에 성령의 불로  찾아오셨다.
이것도 부족하였던지 사울을 바울로 개종시켜 당의 복음을 이방인들에게 까지 전하게
하였으며 또 바울 서신으로 기록으로 남기게 하셨다.

주님,
이 아침 허탈하게 앉아있는 우리에게는 과연 어떤 모습으로 다시 찾아오실 것인 가요?
결단코  것을 포기하고 엠마오로 다시 돌아가는
제자들을 따라가고 싶지는 않습니다.

     2021,  4,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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