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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 경덕 Apr 03. 2021

Annapuruna

ANNAPURNA

산 봉우리들이 땅 위에 솟아 있는 것이 아니라 마치 하늘 밑에 거꾸로 매달려 있는 것 같다.
올려다 보이는 한가운데의 날카로운 봉우리가
인간의 범접을 허락하지 않는다는
Machhapuchhre이다. 왼쪽에 듬직하게 자리한 등치가 조금 있어 보이는 녀석이 Annapurna  South Range이고 그리고 오른쪽에 있지만 지금은 눈에 들어오지  않는 녀석이 Dhaulagiri이다.
보면 볼수록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솟아오른 봉우리들이 경이롭고 신비스럽게 느껴진다.
이곳까지 올라오느라고 다소 지친 몸도 쉬게 할 겸 이곳 해돋이 전망대 잔디밭 위에 들어 누웠다.
두 시간이나 히말라야 연봉들을 바라만 보았는데도  전혀 지루하지가 않았다.
어제 석양 때 포카라 호수에서 받은 안나프루나 물 그림자 초청장을 쉽게 수락하고 여기까지 서둘러 올라온 결정이 전혀 후회스럽지 않다.
한참을 바라보고 있었더니 문득 올려다 보이는 히말라야 연봉들과 이야기가 하고 싶어 졌다.

먼저 듬직하게 위용을 자랑하고 있는 안나프루나
에게 시비를 한번 걸어 보았다.
"넌 누구냐?"
"나는 나야."
"뭐냐?  성철 스님 흉내를 내는 거야?"
"여기 있으니까 내가 나지 "
"??????"

"여기 히말라야 산맥에는 예수님과 그의 열두 제자 그리고 마지막으로 자칭 사도라고 칭했던 바울이 함께 살고 있어"
"이름하여 히말라야 14 사도 봉이라고 하지,
세상의 산쟁이들이 이 봉우리들을 모두 다 정복해 보겠다고 기를 쓰고 덤벼드는데 다 부질없는 짓을 하는 것 같아!
"올라와서 발자국만 남기고 가면 뭐해!"
"내가 숨겨놓은 자연의 깊고 오묘한 뜻을 전혀 보지도 듣지도 깨닫지도 못하고 마냥 분탕질만 해놓고 돌아가는데,,,"

"예수는 여기 제일 높은 에베레스트봉에 사시고
가까이에 베드로 봉도 있고 요한봉도 있단다. 가장 먼 곳에는 변심한 유다 봉도 있다네"
그리고 나는 욕심 많은 바울 봉이야,
네가 히말라야 한가운데 가장 좋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다른 여느 제자들의 수도처( 봉우리)보다  사람들이 많이 찾아와.
나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이 세상에 많은가 봐.
아마 자네도 나를 좋아하는 것 같은데?"
"아닌데요"
"구차하게 거짓말하지 마, 난 다 알고 있어"
"오늘 여기 올라와서 뭐 한 가지라도 깨달은 것이 있어?"
"없는데요."
"그럴 거야,  이번에는 그냥 내려가!
그리고 다음에 올 때는  혼자 오지 말고 같이 와!"
"누구랑요?"
"누군 누구야, 네 마누라지!"
"그땐 내가 소중한 깨달음 한 수를 가르쳐 주지!"
"????"

"괜히 머뭇 거리며 나한테 더 이상 수작 부리지 말고 오늘은 그냥 내려가!"
"가면서 산속에 살고 있는 이곳 민초들의 힘든 삶이나 잘 살펴보면서 조심해서 내려가!"
"아,  네"
먼발치에서 혼자 쉬고  있던 이번 trecking의 개인 가이드 Jems Gle의 모습이 눈에 크게 들어왔다.

     2019년 3월 18일

      오스트리안 캠프에서

  "이것으로  네팔 기행  시리즈를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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