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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 경덕 Apr 08. 2021

솔개

        솔개      

                      -이 태원 노래-
우리는 말 안 하고 살 수가 없나
나르는 솔개처럼
권태 속에 내뱉어진 소음으로
주위는 가득 차고
푸른 하늘 높이 구름 속에 살아와
수많은 질문과 대답 속에
지쳐버린 나의 부리여

스치고 지나가는 사람들이
어느덧  내게 다가와
종잡을 수 없는 애기 속에
나도 우리가 됐소
바로 그대 나를 비웃고
날아가 버린 나의 솔개여
수많은 관계와 관계 속에
잃어버린 나의 얼굴아!

    ★      ★
산이 좋다고 산에 들어가 산과 더불어 살다가 산으로 영원히 돌아간 친구가 있다.
이 친구가 떠난 지 벌써 10여 년이 다 되어 간다. 두릅이 한창 물이 오를 시절에 떠났으니 아마 지금 쯤 기일이 가까이 있을 것 같다.
어제저녁 찬에 오른 두릅을 보니 갑자기 친구가 그리워졌다.
가끔 산속에 마주 앉아 막걸리마시다가  흥이 오르면 친구는 이 태원의 '솔개'를 흥얼거리듯이 불렸다.
친구는 나처럼 노래를 부르는 재주 별로  없었다. 대신 노랫말로 은혜(?)를  받을 수밖에 없다.
듣기만 하다가 친구를 생각하며 노랫말을 옮겨놓고 보니 가사에 깊은 내공이 숨겨져 있다.

아!  그래서 친구가 이 노래를 좋아했구나 하는 생각이 뒤늦게 들었다.
떠난 지 10년 만에야 겨우 친구의 속 뜻을 그나마 짐작할 수 있어 다행이다.
다음 주에 짬을 내어 친구가 잠들어 있는 횡성에 한번 다녀와야겠다.
바람이겠지만 땅 속에 있는 친구가 이 노래를 꼭 불려 줄 것만 같다.

"수많은 관계와 관계 속에
  잃어버린 나의 영혼아"

      2021, 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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