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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 경덕 Apr 09. 2021

봄날은 간다

봄 날은 간다.

새가 울지 않아도

짝을 찾지 못해도 봄 날은 간다.
꽃이 피었다 고 나면  봄날은 가고 여름이 온다. 

계절이  바뀌고 나면 봄날은 기억 속의 내일이 되어버린다.


잊지 못하고 자꾸만 기억 속에 떠오르는 지난날의

봄날들,  그 속에서 애증을 주고받았던 사람들, 문득문득 그냥 가끔씩 만나보고 싶은 사람들, 그래서 죽마고우라고 불리던 옛 친구들,  

무려 셋이나  이 봄에 하늘나라로 돌아갔다.

2월 3월 4월 이렇게 사이좋게 연이어 한 달에 한 명씩 하늘 가는 급행열차를  타고 떠나 버렸다.
모두 다 아직도 이 세상에서 더 궁상을  떨어도 될 70대 초반들이다.

2월에 떠난 친구는 한 마을에서 자라 함께 상경한

70년 지기 죽마고우다.

3월에 떠난 친구는 고등학교 동창으로 가까운 이웃에 살면서 심지어 자녀들까지도 선후배로 친분을 유지하면서 살았는데 갑자기 떠나버렸다

4월에 떠난 친구는 78년 필리핀에서 만난 동갑 나기로 특이하게도 역으로  필리핀 국적을 가진 우리 교포다. 매년 두서너 차례 서로 오가며

교분을 끓이지 않고 쌓아왔었다. 후두암 판정을 받은 후 일 년도 채 넘기지 못하 저 세상 사람이 되어 버렸다.


지금 까지는 지인들의 부음을 들었을 때 지극히 객관적으로 바라보면서 의례적인 예의만 표시하였다.
그러나 금년 봄 연이어 날아온 가까운 친구들의 부음은  죽음에 대한 나의 생각을 많이 바꾸어 놓았다.
내 차례도 이제 가까이 다가와 있다는 생각과 함께 죽음에 대해 이제는 주관적으로 바라보며 준비하기 시작하게 되었다.
어쩌면 이 봄에 얻은 제일 큰 보람이요 수확이다.

I eargely expect and hope that I will no way be ashamed,
but will have sufficient courage so that now always Christ
will be exalted in my body , whether by life or by died.


'나의 간절한 기대와 소망을 따라 아무 일에든지

부끄러워하지 아니하고 지금도 전과 같이 온전히

담대하여 살든지 죽든지 내 몸에서 그리스도가 존귀하게 되게 하려 하나니'
                              빌립보서 1:20

저 끓어진 다리를 함께  걸어 가 수평선을 넘어가지
못하고 일몰처럼 사라진 세 친구의 넋을 다시 한번 기리며 명복을 빈다.
그리고 이름을 또 한 번 더 불러 본다.
70년 지기  연국이, 50년 지기  두연이

그리고 40년 지기  김 용찬.
    
                   2019년 4월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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