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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 경덕 Apr 18. 2021

제주는 지금

전화위복

이 말은 이럴 때를 두고 하는 말 같다.
수술 후 요양 중인 아내에게 제주도로부터 초청장이 한 장 날아왔다.
한라산 남면 중턱에 제일교포 건축가 이타미 준 씨가 노아 방주를 테마로 설계한 아름다운 방주교회가 있다. 이 교회에 얼마 동안 설교 초청을 받고 내려가 계시는 목사님 부부로부터다.
함께 초청을 받은 소 공동체에 속한 몇 분들과 함께 서둘러 팀을 구성하여 이곳에 내려왔다.
이런 여행을 할 경우엔 항상 자청해서 대장 노릇을 한다.  누구나 한 번쯤 경험해 보았겠지만 여행은 사전에 계획하고 세부 일정을 짜는 일이 실제 여행을 할 때 보다 훨씬 더 흥미진진하다.
이번의 여행도 예외는 아니었다.
특히 코로나 19로 인해 여러 가지 제약이 많아서 일정을 세울 때 고려해야 할 사항들이 생각보다 많았다.
그중 가장 힘든 일은 식당 같은 다중 시설을
이용할 때 4인 이상 합석 금지 규정이다.  
이번에 5일 동안 함께한 인원은 현지에 거주하는 한 가족을 포함하여 총 9명이나  된다.
여기에서부터 갈등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방역 수칙은 누가 뭐래도 철저히 준수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렇지만 함께한 연로하신 분들을 어떻게 모시란 말인가?
여기가 미국의 어느 관광지라면 답이 금방 나온다. 머리를 굴릴 필요가 없다. 규직을 준수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여기는 우리 땅 한국이다.
규칙은 준수하는 척하되 꼭 단체로 입장하여야 할 장소에서는 조를 나누어 각 조는 남남으로 행동하기로 하였다.
거짓말도 해 버릇한 사람이 잘한다고
행동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잠깐 시차를 두었는데도 반가움에 손이 번쩍 올라가고 입은 가만히 있질 못한다.
종업원이 눈 치를 채고 물어본다.
"일행 이세요?"
"아뇨!"
능청을 떨며 거짓말하는 장로님 권사님의 체신이 말이 아니다.

이번 여행의 하이라이트는 뭐니 뭐니 해도 일행이 머물었던 숙소에서 직접 장만해서 먹은 해산물 요리다.
우리의 세프는 수년 전 이곳에 내려와 전원생활을 하고 있는 Guest house의 아들인데 요리 학원 근처에도 가지 않았다는데 어찌나 요리 솜씨가 다양한지 정식 요리사 자격을 가진 어머니를 무색하게 한다.
코로나 19로 인해 다니는 회사가 잠깐 휴업에 들어가자 우리를 위해 직접 시장도 봐주고 요리도 해 주었다.

도착 둘째 날  함께 올레 시장에 가니 당일바리 2kg 남짓 민어 두 마리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어떤 요리를 하는지 궁금해서 보조를 하는 척하며 곁에서 지켜보기로 했다.
민어는 버릴 것이 없단다.
속살 일부는 두툼하게 어 회로 한 접시,
남은 속살은 밑간을 한 후 튀김으로
다시 남은 속살은 돼지고기와 함께 갈아
단을 만들고 회 뜰 때 준비해 놓은 껍질 말아 데친 미나리로 감싼 후  쪄낸다.
머리 부분과 아가미 살은 구이로,
서로 먹으려고 부자간에도 다툰다는 부레는
살짝 데친 후 민어 간으로 만든 양념장에 찍어 먹는단다.
마지막 남은 서더리와 뼈로 시원한 탕으로 마무리한다.
전부 6가지 코스로 시차를 두고 정확하게 만들어져 상에 올라왔다.

민어 요리 외에도 우리가 경험한 요리는 특선 B.B.Q코스, 학꽁치(사요리) 코스, 도미, 전복 코스 등 원 없이 이 계절 제주도 Sea food  코스요리를 즐기고 돌아왔다.

여행은 나이가 들수록 보고 듣는 즐거움보다 먹는 즐거움이 더 크다고 하였다.
코로나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집에서 자주 먹게 되었는데 뜻하지 않게 훌륭한  세프를 만나 즐거움에 즐거움을  더하는 만족스러운 여행이 되었다.


이번 여행을 할 수 있도록 초청하여 주신 목사님, 연일 수고하여 주신 길 형제 부부 그리고 우리의 영원한 세프 몽*씨 감사합니다.

    2021, 4,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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