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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 경덕 Apr 26. 2021

민물 장어

민물 생선중 최고의 보양식은 뭐니 뭐니 해도 민물 장어다. 태어난 고향 마을은 낙동강을 사이에 두고 지금의 부산 금곡동과 서로 마주 보고 있다.
지금은 추억의 뒤안길로 사라졌지만 금곡(옛날에는 동원)은 지난날 김해 지방과  동래 지방을 연결하는 나루터였다. 김해 쪽에서 나룻배를 타고 건너면 강 쪽으로 약간 튀어나온 바위 지형이 나타난다.

이곳을 휘감아 돌듯 거창한(?) 경부선이 지나가고 철길을 힘들게 올라가서 건너가면 커다란 느티나무가 한 그루 버티고 서 있었다. 느티나무 좌우로 장어요리를 전문으로 하는 요릿집이 몇 집 자리 잡고 있었다.
여기에서 재공 하는 장어가 바로 눈 앞의 낙동강 하류에서 잡히는 누른 색깔을 띤 보양
장어들이다. 인근 특히 부산의 한량들이 정기가 떨어지는 여름철이 되면 몸보신한답시고 즐겨 찾아오는 곳이다


자연산 장어는 워낙 잡는 양이 적어 매우 귀하고 부르는 게 값이라고 한다.
요즈음은 시중에 유통되는 민물장어는 대부분 양식 장어다. 그러나 자연산 민물 장어는 잡는 방식과 장소 그리고 잡는 철에 따라서 그 맛과 효능이 확연하게 차이가 난다.

소싯적에 여름 한 철 강가에 나가서 운 좋게
잡아먹은 장어가 이제 보니 아주 귀하신
몸들이었다.
민물장어 즉 뱀장어는 성어가 되면 바다로 나가 남지나해의 깊은 바다까지 내려가서 알을 낳는다. 부화된 치어, 실뱀장어가 다시 엄마의 고향으로 돌아와 성장하는 일종의 회유 어이다.
강 따라 내륙 깊숙이 올라간 장어는 여름
장마철 특히 홍수가 날 때 물길을 따라 다시 하구로 내려온다. 민물에서 성장했기 때문에 바다로 바로 들어 기지 못한다.
바닷물과 민물이 교차하는 하구에서 일정기간 적응이 필요하다.
이 때는 장거리 여행에  대비해 활동을 하지 않고

강 하구의  뻘 속에 들어가 하면을 하게 된다. 미식가들은 이 뻘 속에 있는 장어를 최고로 친다.
장거리 여행에 대비해 충분한 영양을 섭취하고 있기 때문에 색깔마저 누렇다.
지금은 사라져 버렸지만 뻘 속에 있는 장어를 잡는 방식이 참으로 독특했다.
5-6m 되는 장대 끝에 삼지창 모양의 쇠로 만든 작살을 연결한다.
시우, 상류에 비가 내려 하류 물이 탁해지는 현상, 가 내리는 날이 뻘 장어 잡기가 가장 좋은 날이다.
조그마한 그룻 배 위에서 이 장대를 물속에 집어넣고 물이 흐르는 방향과 직각 방향으로 강바닥을 끌면 잠자던 장어가 삼지창에 걸려 올라온다.
많이 잡을 때는 한 사람이 하루에 3관, 약 10kg씩도 잡았다.
우리 마을에서 잡은 장어도 어김없이 강 건너 장어구이 집으로 직행을 했다.
여름 한철 잡았지만 당시로는 상당한 소득원이었다.
보통 때는 주낙을 놓아 장어를 낚았다.
30,40m  되는 본 줄에다 약 1m 간격으로
낚싯줄을 메고 낚시 바늘에는 살아있는 미꾸라지를 미끼로 사용했다.
바다로 나가는 놈보다는 토박이 장어가 주로 낚이어 올라왔다.

배를 가지고 장어를 잡는 어른들을 흉내 내어 호기심 많은 어린 우리들도 몰래 동참을 했다.
본 줄은 모내기 줄인 군용 통신선을 몰래 사용하고 낚시는 갈치 입속에  들어있는 낚시를 모아 두었다가 사용했다.

배가 없으므로 장대 끝에 본 줄을 매달아 강속으로 50여 m는 족히 넘게 해염을 쳐 강 속으로 들어간다. 힘들게 장대를 강물 속에 세우고, 낚싯줄이 물속에 뜨있지 않으면 장어가 물지 않는다, 한 끝을 잡고 다시 강가로 나와 물 밖에 단단히 고정시킨다. 이 일은 어른들 몰래해야  하기 때문에  어두워진 다음에 설치하고 새벽 일찍 걷으려 나가야 한다.
참으로 목숨을 건 무모한 짓이었다.
대부분 허탕이었지만 재수 좋은 날은 한 두 마리 건질 수 있었다.
여름 한 철 농사일에 기력이 약해진 아버님 보양식으로 몇 번을 잡아드린 기억이 있다.  

무모한 짓으로 효도를 하게 된 꼴이었다.
어떻게 잡았느냐고 물을 때면 도랑에서
미꾸라지 잡다가 운 좋게 잡았다고 거짓말로 둘러대곤 하였다
이제는 큰 강마다 하구언으로 물길을 막아버려서
그때 그렇게 잡은 힘 좋았던 싱싱한 장어
사라지고 다시는 볼 수가 없게 되었다.


어제 옛 생각이 나서 마트에  나가서 손질한 장어를 사 왔다. 배를 드러내고 누워있는 힘 빠진 모습이
요즈음의 내 신세와 많이 비슷하다는 느낌이 들어 코로나 19를 업고 달려오는 금년 여름이 다시

원망스러워진다.


        2021,  4,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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