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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 경덕 May 04. 2021

팔순

손위 동서의 팔순에 부처

딸 부잣집 광천 이 씨(고향이 광천이라 별칭, 사실은 성주 이 씨) 집안의 넷째 사위가 되고 보니 손위 세 명, 손아래 두 명의 동서가 있는 자칭 동서 부자다.
둘째 형님과 셋째 형님은 나이로는 앞뒤가 바뀌어서 지난 주말 셋째 형님이 먼저 팔순을 맞이하셨다.
네 명의 동기들이 동산리에 모여 각자 집에서 준비해온 음식으로  조촐하지만 뜻있는 팔순 생일잔치를 벌였다.
이번에 팔순을 맞이하신 바로 손위 동서는 신문쟁이를 업으로 하였기에 글을 쓰는 직업으로 평생을 살아오셨다.
요즈음 80대는 모두가 해방 전에 태어나신 분들이다.
누구나 할 것 없이 격변하는 시대를 건너오시면서 매우 힘든 인고의 삶을 살아오셨다.
모두 다 우리나라 현대사의 산 증인들이시다.

             팔순에 부처
            (동산리 셋째 형님)

          힘들었지요?
          조금은 지쳐 보이네요
          무엇보다
          지나온 날들이
          외롭지는 않았나요?

          
          다사다난했던 지난날들
          감격에 찬 새 희망(8.15)도
          뼈에 사무친 슬픔(6.25)도
          자유를 향한 젊은(4.19)도
          정의로운 양심(언론탄압)도
          모두 다 체험하면서 살아오셨네요
          참 잘 견디고 잘 이겨 내셨습니다.

          만남은 남남북녀라는데
          하필이면 같은 마을 광천 이 씨 문중의
          처자 등을 뒤집어 놓아
          이렇게 맘고생을 하신다요?
          그래도 복사 기능은 좋았는지
          똑똑한 아들 딸 잘 복사해 두셨네요

          뜨는 해 잡는답시고
          이곳 東山里에 터 잡은 지
          바로 엊그제 같은데
          우리 모두 이제는
          西山으로 이사 갈 날이
          멀지 않았습니다
        
          그동안 쌓여있던
          노여움일랑 서러움은
          모두 다 훌훌 털어 버리고
          부족한 아래 것들
          재롱받으시면서

          가고 싶은 데 가시고
          보고 싶은 것 보시고
          드시고 싶은 것 드시면서
          남은 여생
          편안하게 보내소서
          즐겁고 행복하게 보내소서

                  2020, 5,1
                       용하 엄니와 아비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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