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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 경덕 May 19. 2021

Livorno

Livorno

리보르노항은 이태리 서해안 리구리아 해에 면해 있다. 피사와 가까워 운하로 연결되어 있어 중세부터 발달한 제법 규모가 큰 항구 도시이다.
이 도시에서 다시는 겪고 싶지 않은 끔찍한 일을 겪었다. 계획된 일정에 따라 장기간 해외여행을 하다가 예정된 교통편을 놓치거나 취소가 되어 버리면 누구나 상당한 당혹감을 느끼게 된다
그것도 이름도 생소한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는 타국의 소도시에서라면 과연 어떤 기분이 들까?

이번에 아내 그리고 처형과 함께 떠난 칠순 기념 유럽 배낭여행은 총 23일 간 일정으로 계획을 하였다. 인터넷을 통해 항공편 열차 편에다 선박 편까지 나름대로 철저히 준비하고 시간에 맞추어 사전에 예약을 해 두었다.
이번 여정 중 이동 시 이용하는 교통편에 하이라이트가 하나 들어 있었다. 이태리 서해안에 있는 Livorno항에서 대형 Cruise를  타고 지중해를  가로질러 스페인 Barcelona 항까지 1박 2일 동안 건너가는 것이다.
지중해 위에서 일출과 일몰을 감상하며 우리끼리만 기분을 한번 내어 보려고 3인용 특실을 예약해 놓았다.
거기다가 Firenze에서 고급 토스카나 와인 한 병과 안주용 치즈도 미리 준비하였다.

Livorno항에서 Cruise에 승선할 날자와 시간을 맞추기 위해 몇 번이나 가는 길을 확인한 후 Livorno 항에 시간에 맞추어 들어갔다.
전자 메일로 발급받은 Ticket 상에는 출항 시간이 23:30분이니까 2시간 전까지 여객선 Terminal에 도착하라고 명시해 놓았다.
이날 아침 일찍 Firenze에서 출발하였기에  때문에 시간 여유가 있어 가는 도중 Pisa에 들려  사탑을 구경한 후 열차를 이용하여 저녁 8:00 경에  Livirno 역에 내린 후 Taxi를 타고 바로 Cruise를 승선할 부두로 들어갔다.
그런데 여객용 부두의 정문이 굳게 닫쳐져 있었다.
택시 기사가 잠깐 경비실에 들어가서 물어보고 나오더니 Barcelona 행 Cruise는 7:30분에 이미 출항을 하였고 오늘은 더 이상 출항할 배가 없다고 했다.
"What happened? "
출항시간이 23:30분으로 표시되어 있는 전자 Tickets을 택시 기사에게 보여줬더니 어딘가 전화를 걸고서는  한참 동안 이태리 말로 통화를 하였다.
5월 1일부터 Cruise의 출항 시간이 하절 용인 7:30분으로 변경되었단다.
어디에 전화를 하였느냐고  물어보니 타고 갈 배의 선사인 Glumaldi  Line 이곳 사무실이라고 했다.
타고 온 택시를 그대로 타고 바로 이곳 선사의 지점 사무실로 달려갔다.
배를 출항시켜놓고 막 사무실 문을 닫고 나오던 이곳 직원 두 명이 우리와 마주쳤다.
"망할 놈의 시**! "
흥분한 본인의 자초지종 설명을 들은 후 잔뜩 겁먹은 표정으로 자기 들는 책임이 없다며  고작 한다는 소리가 이틀 후 Rome 근처에 있는 Civitavecchicia 항에서 출항하는 배를 타고 가면 자기들이 도와줄 수 있다고 하였다.
그러면서 열 받은 내 얼굴을 똑바로 쳐다보지도 못하고 쓸쓸 피하기만 하였다.
"그렇다면 미리 예약을 한 고객에게 사전에 통지를 해 주어야지!"
" 이게 무슨 경우야?"

이럴 때일수록 침착해져야 한다.

마음을 가다듬고 여기 전자 Tickets 위에 당신 회사가 지정한 시간 전에 우리가 분명히 터미널 도착했다는 확인 서명을 하라고 요구하였다.
나중 선사로부터 보상을 받기 위한 증빙자료를 확보하기 위해서였다.

이미 배 떠난 부두에  해는 떨어지고 적막한 부두에는 어둠 점점 깊어가고 있었다.
정말로 "What shall  I  do? " 다.
차 속에서  불안해하는 두 여인은 어떡하라고?
아내는 그래도 여유를 가지고 나를 진정시키려고 차 안에서 멋쩍게 웃으면서 "Mama mia"를 외쳤다.
다행히 영어가 가능한 마음씨 착한 택시 기사의 도움을 받아 Pisa에 있는 "갈릴레이 갈릴레오 국제공항"에서 다음날 저녁 Barcelona행 비행기를 탈 수 있었다.  
배보다는 5시간 늦게 Barcelona에 무사히 들어와서 계획한 이곳 여정을  이틀 동안 큰 차질 없이 마쳤다.

지금은 Barcelona 중앙역에서  Madrid 행 열차를 기다리고 있다.
이틀 전 이 일로 인하여 심신이 피곤하지만 남은 일정을 위해 다시 한번 스스로에게
 " Fighting "을  
크게 외쳐본다.

      2015년 5 월 17일
                BARCELONA 역 대합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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