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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 경덕 May 27. 2021

평화 전망대

평화전망대

녹음이 주인이 된 산하를 내려다봅니다.
DMZ 선상에 있는 평화 전망대 위에서 입니다.
눈길을 조금 높이니 북녘 땅이 선명하게 다가옵니다.
나무 한 그루 보이지 않는 그냥 푸른 초지의 구릉입니다.
숲이 우거져 있는 남과 민둥산인 북의 경계가 너무나 뚜렷합니다.
가슴이 미어 오네요.
먹을 것 찾아 시장 바닥을 헤매는 꽃제비의 모습이 자꾸만 저 초지 위에 겹쳐 보입니다.
초원에서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는 양들의 모습을 아무리 그려보려고 해도 그려지지가 않습니다.
일전에 북한의 어느 장터에서 몰래
찍은 어린 꽃제비의 모습만 자꾸 그려집니다.

푸른 초원이 먹물로 변합니다.
때론 백지로 변하기도 합니다.
바람에 흔들리는 손끝으로
마음을 비운 다음 담백한 수묵화 한 장 그냥 남겨놓고 싶어 집니다.

남과 북,  좌와 우, 흑과 백, 이념을 상징하는
붉은색은 올려놓기 싫은데 그리고 보니 나도 모르게 흑백이 완전히 대비되어 보이네요.

마음도 몸도 오갈 수 없는 저 휴전선 철책 위로 희지도 검지도 않은 회색  왜가리 한 마리가 날아올랐습니다. 자유롭게 하늘로 날아 오른 왜가리는 유유자적하게 남북을 왔다 갔다 하고 있네요.

   강화도 평화전망대에서
   2014,  5,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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