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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 경덕 Jun 01. 2021

다시 찾아온 여름


금년 봄이 허무하게 세월의 뒤안길로 사라져 버렸다. 마치 심술 맞은 할머니처럼 어느새 여름이 떡하니 자리를 차지하고 들어와 앉았다.
잔뜩 찌푸린 얼굴에다 가끔 기침을 하듯 천둥 번개마저 번뜩인다.
코로나에 고개 숙이고 황사 미세 먼지에 기죽었다가 지나버린 봄이 못내 아쉽다.
매년 요란하게 피던 아파트 단지 내 영산홍도 금년에는 반도 피지 못하고 고개를 떨구었다. 뒷산의 철쭉과 진달래도 예년과 달리 빈약했다.

"동구 밖 과수원 길"이 그립다.
노랫말보다는 그 길을 따라 걷고 싶다.
"물망초 꿈꾸는 강가를" 따라 갈대
숲길도 걸어  보고 싶다.

갑자기 고향집 제방 둑 너머에 있었던 갈대밭이 선명하게 머릿속에 떠오른다.  그 속에 살았던 맹꽁이 소리도 그립고 뜸부기 소리도 다시
들어보고 싶다.

이렇게 사람을 억매는 코로나와의 전쟁은
언제쯤 끝이 나려나?

'자전거 여행'이란 산문집에

"갈 때의 오르막이 올 때는 내리막이다.

모든 오르막과 모든 내리막은 땅 위에서 정확하게

비긴다. 오르막 길과 내리막 길을 다 가고
나서 돌아보면 길은 결국  평탄하다'라고
하였는데 여름이  시작되었는데도
까지 코로나는 내내 오르막 길이다.

유월이 시작하는 오늘 코로나 19 예방주사를 맞으려 간다.
내가 먼저 스스로 내리막길을 만들어야겠다는 심정으로.....
불안하게 시작하는 이 여름을 작년처럼 헛되이 보내지 않으려 좋아하는 연장도 손질하고

무엇보다 내 몸부터 미리 손질해 놓아야겠다.

     2021, 6,  1  일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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