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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 경덕 Jun 21. 2021

명경지수

명경지수


사실 지금은 추억을 먹고 살 나이다.

그러나 아직 마음은 50대라 기회만 주어지면 어디든지 따라나선다. 지난 주말에는 이웃에 사는 부부와 함께 강화도로 야외 Camping을 다녀왔다.

고려산 동편 자락 하점 저수지 인근에 대학 후배가 오랫동안 정성을 들여 마련한 사설 Camping장 개막식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2,30년 묵혀 두었던 Camping 장비를 챙겨 차에 실었다.

그동안 몇 번 펼 처서 건조도 시키고 손도 봐 둔 덕분에 현장에서 설치해 놓고 보니 아직 Tent는 쓸만했다.

Gas 등, 버너, 코펠, 침낭, Mat 등 야외에서 사용하는 용품들은 빛이 바래고 비록 녹은 쓸었지만 기능을 발휘하는 데는 별 문제가 되지 않았다.

오히려 주인보다 훨씬 성능을 잘 발휘했다.

도착하자 시작한 야외 B.B.Q,   연기 속에 시작된 와인 한 잔으로 밤이 깊어 갔지만 오고 가는 서로의 이야기는 끝이 없었다. 전날 내린 비 탓인지 유월 중순인데 산속에서는 한기가 느껴졌다.

흐린 날씨 탓에 별은 볼 수 없었지만 오랜만에

맞아보는 알싸한 밤공기와 싱그러운 풀내음은

다시 젊은 날로 되돌아가기에 충분했다. 

주변 야산에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묘한 밤꽃  향기에 취했다가 텐트 속에 들어와 잠을 청하려고 하니 감회가 새롭게 되살아났다.

40대 시절 주말 새벽마다 일어나 어하는 녀석들을 억지로 깨워 이 노릇을 하 서울 근교 산들을 누비고 다녔다.

지금 그 자식들이 바로 그 나이다.


새벽에 요란하게 울어 대는 이름 모르는 산새들의 울음소리에 잠에서 깨어나 호수 둘레길로 산책을 나셨다.

지자체에서 이곳 하점 호숫가 둘레길을 잘 단장해

놓았다. 호젓한 호숫가 길을 따라가며 피어오르는 물안개를 바라보니 안갯속에  지나간 일 들이 함께 피어올랐다가 함께 사라진다.

물을 바라보며 걷다 보니 갑자기 "명경지수" 란 단어가 머릿속에 떠 올랐다.

잡념과 가식과 헛된 욕심이 없이 깨끗한  마음이란 뜻이라는.......

그래, 흐트러진 내 마음속에 이 단어 하나만이라도 제대로 주워 담아가면 왠지 오늘도 보람찬 하루가

될 것이라는 확신이 생긴다.


     2021,  6,  19

  참고로 이 Camping 장 이름은

  강화도 하점면에 있는 "버팔로 캠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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