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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 경덕 Jul 04. 2021

추자도 2


"이것은 소리 없는 아우성

저 푸른 해원을 향하여 흔드는

영원한 노스탤지어의 손수건

순정은 물결같이 바람에 나부끼고

오로지 맑고 고운 이념의 표시대 끝에'


하릴없이 기회가 주어질 때마다 전국을 돌아다니는 칠십 노객이 갑자기 웬 청마의 '깃발'을 읊조리고 있냐고요?

제 꼴 값도 못하면서 자기만이 나라를 구할 수 있다고 침을 기는 여야 대선 후보들을 결코 닮고 싶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자꾸만 나약해져 가는 자신을 구하기 위해서라면 오늘 남해의 저 푸른

해원을 가로지르며 이 시를 한번 낭송해 보고 싶었답니다.


장마 구름 사이로  햇살이 간헐적으로 검 푸른 바다 위로 떨어집니다.

일정한 리듬으로 들려오는 카페리호의 요란한 엔진 소리도 그대로 바다 교향곡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보길도를 우현에 끼고 돌아가니 멀리 안갯속에  추자도가 아련하게 모습을 드러냅니다.

요즈음 세상은 참으로 편리합니다.

스마트폰을 들고 지도를 크릭 해보니 금방 내 위치가 새로운 세상을 향하여 긴 족적을 그리며 서서히 움직이고 있는 것이 보입니다.

일기예보는 늦은 7월 장마가 이번 주부터

제주도에서 시작다고 하였습니다.

걱정이 많은 아내는 출발 전에 이번 여행을 극구 말렸습니다. 내심 걱정은 되었지만 못 들은척하고 이틀에 걸쳐 야영용 헌 장비들을 재 점검하였습니다.


이번 여행에 함께할 일행은 년 팔순을 넘긴 손위 동서와 미국에서 온 동갑내기 장로님 한 분 그리고 저 보다 7년 차 아래 옛 직장 동료입니다. 이렇게 4명이 긴급 작당을 한 후 7인승 펠리세이드를 직접 몰고 먼 남도 길을 나선 것입니다.


 아침 6시 40분에 자동차를 먼저 선적시키고 나니

새삼스럽게 가슴이 떨립니다. 젊은 시절 새로운 체험을 할 때마다 느꼈던  흥분이  이제는 나이 탓인지 두려움으로 변신을  했나 봅니다.

장마 예보 탓탑승객은 몇 명 되지 않았습니다.


배는 7시 40분에 정시에 완도항을 출항하였습니다.

준비해온 컵 라면으로 휴게실에서 이침을 대신하였는데 라면 맛보다는 휴실에서

바라다 보이는 아침 남해 바다의 정경이 훨씬 더 맛이 있네요.

3시간 항해 후에 이곳 하추자도 신양항에

무사히 도착하여 상륙을 하였습니다.

일기예보로는 오늘부터 장맛비가 내린다고 하였는데 아직 비 소식은 없고 하늘은 얼굴만 잔뜩 찌푸리고 있습니다.

오후에는 이곳 추자도에서 자 타칭 최고의 조사로 불리는  낚시 선생 지도를 받으면서 갯바위 낚시 도전하였습니다.  

갯바위 낚시 요령은 몇 가지 배웠지만 강풍 때문에 조과는 별로였습니다.

대신 이곳 산 자연산 잡어회 한 접시와 그리고 뿔소라 한 접시를 시켜놓고 추자도 상륙을 자축하며 아쉬움을 달랬습니다.


머물고  있는 묵리 마을은 60여 호 가까이 됩니다.   섬 마을 치고는 규모가 꽤 큰 마을입니다.

외진 섬 마을 답지 않게 너무나 깨끗하게 잘 정비되어 있고 정돈도 잘 되어 있습니다.

주변 경치는 화려하고 파도 소리는 요란한데 마을 사람들은 너무나 조용하고 또 친절합니다.

바람은 제법 세차게 불었지만 비는 날이 저물었는데도 내리지 않았습니다. 비 걱정은 되었지만 늦은 밤, 낮에 탐색해둔 마을 앞 바닷가 동산에 있는 정자로 야영장비를 메고 올라갔습니다.

해발 50m 정도 되는 사방이 인 언덕이라

바람이 무척 강했습니다.

힘들게  텐트를 치고 잠자리를 세팅하고 나니 바로 여기도 지상 천국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전면에 제주 본도를 향해 내려다 보이는  밤바다와 그 속에 간간히 보이는 불빛 그리고 파도소리, 바로 발아래 어깨를 서로 의지하며 살아가는 묵리 마을의 평온함과 그리고 숨겨진 그리움들....

지금 바로 지상 천국에 올라와서  세상사에  찌

필부의 기개를 한번 떨쳐 보려고 서툰 날개 짓을 시도하는 중입니다.

   -계속-

2021,7,3

      추자도 묵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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