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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 경덕 Jul 07. 2021

추자도 3

자도 3

당초 계획 여기 추자도에서 4일을 머문 후 카페리로 제주항으로 바로 건너가기로 되어 있었다. 제주에서는 아내와 또 다른 일행을 조우하기로 약속도 되어있고....

외딴섬에 들어와 있는 경우 기상이 악화되면 배가 운항되지 않고 그러면 며칠이고 발이 묶이어 버린다.


내심 조마조마해하던 장마전선이 드디어 심통을 부리기 시작했다.

그것도 대단한 심술이다.

마치 술 취한 취객처럼 다음 행동을 전혀 예측할 수 없는 난동을 부린다.

하늘에서는 퍼붓듯 장대비가 쏟아지고 바다에서는 너울성 파도가 갯바위를 인정 사정없이 후려친다.

밤이 되니 드디어 섬이 울기 시작했다. 소리는 마치 긴 터널 속을 지나갈 때 여러 대의 자동차 소리가 뒤 썩 끼어 들려오는 소음과 비슷했다.


악천후 탓에 갯바위 낚시는 물론 올레길도 제대로 걷을 수가 없다.  하루 종일 민박집에 갇혀 언제 어떻게 하면 이 섬을 탈출할 수 있을까 하는 궁리밖에 할 일이 없다.

일정을  하루 당겨 3일 차인 일요일에 나가기로 여정을 변경해 보았지만 제주행 선편은 폭풍경보로 결항이 된단다.


오늘은 폭풍 경보로 뭍으로 나갈 수는 없다고 하였지만 아침에 눈을 뜨고 보니 제법 강한 햇살이 비친다.

머물고 있는 민박집에는 할머니 한분이 홀로 집을 지키며 살고 계셨다.

큰 아들과 사위를 선교사 목사로 둔 독실한 크리스천 할머니이시다.

식사 기도를 하였더니 함께 교회에 가자고 권하셨다.

묵리 마을 중간쯤 언덕에 있는 조그마한 교회는 멀리서도 잘 보였다.

권사 할머님이 정성스레 차려주신 아침을 먹고 함께 교회로 향했다.

이틀 전 UNCTAD가 우리나라를 선진국 대열에 진입시켰다는 기사를 보았다.

이 외딴 작은 섬 또 작은 마을 골목길을 지나면서 우리나라가 선진국에 들어가도 전혀 손색이 없겠다는 생각이 갑자기 들었다.

서툴지만 구석구석까지 잘 포장된 골목길, 골목 입구마다 놓여 있는 네 종류로 구분해 놓은 분리형 쓰레기통, 자세히 보니 포장도로 밑에는 우수와 오수를 분리하는 관이 묻혀 있었다.

당연히 바닷가 끝자락에는 마을 공동 하수 정화처리 시설도 있었다.

화려한 그리스 산토리니와 비교할 수는 없겠지만 집집마다 깔끔하게 단장해 놓고 다양한 색상으로 칠도 해 놓았다.

낙도의 외딴섬 마을이 이 정도면 선진국에 들어가도 전혀 손색이 없겠다는 확신이 바로 섰다.


예배에 참석하여 감사의 기도를 드렸다.

우리나라가  갖은 역경을 헤치고 오늘날 이렇게 까지 잘 살 수 있게끔 이끌어 주신

'하나님 감사합니다.'

그리고

'하나님,

내일 제주행은 포기하겠사오니

완도까지만이라도 어떻게 하던 나갈 수 있게 도와주십시오.'


궁즉통이 아니라 어려울 때 기도만이

나의 유일한 방법이요 길이라는 진실을 나는 진작부터 알고 있었으니 참으로 다행이다.


"Whatever  you ask me in my name.

I will give you what you need."


     2021,  7,  5

       추자도에서 완도행

       배편을 현장에서 힘들게

       예약해 놓은 후 배를

       기다리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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