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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 경덕 Aug 17. 2021

여자만

"여자만"

전남 고흥반도의 왼쪽 득량만이오른쪽 여자만이다.

만 속에는 여자도란 동일 명의 제법 큰 섬도 있다.

오래전 함께 근무한 회사의 한 동료 직원이 그곳 여자도 출신이었다.

'어떻게 '여자도'에서 '남자도'  나왔느냐?' 고 놀렸던 기억이 난다.


서울 인사동에 '여자만'이라는 간판을 걸어놓은 작은 식당이 하나 있다.

식당 외벽에는 이런 재미있는 표어가

붙어있다고 한다.

  "종교 애기는 하지 마시고

   정치 애기도 하지 마시고

   군대 애기도 하지 마세요"

그렇다면 이 식당에 와서 밥을 먹을 때나 동료들과 한 잔 주고받을 때는 '여자만'  이야기하란 말인가?

그렇다고 한다. 그렇게 해야만 밥맛이 나고 술맛이 난다고 하였다. 함께 들어온 동료끼리 서로 자기 생각이 옳다거나 자기가 더 잘 낫다고 자랑하다 다투지 않기 때문이란다. 여자만 이야기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조용하게 식사를 끝내고 나간다고도 하였다.

참 재미있고 재치가 넘치는 기발한 발상이다.


사실은 이 집주인이 '여자만' 출신이라 붙인 상호라고 한다.

몇 차례 이 집에 대한 소문은 들었지만 아직 이 집에 직접 가 보지는 않았다.


만약 기회가 주어져 그 집에 가게 된다면 나는 어떤 여자에 대한 이야기를 펼쳐 놓을 수 있을까?

그러면서 슬그머니 스스로에게 자문을 해본다.

50년 지기 아내에 대한 과거사는 너무 고리타분하고 흥미 수준이 떨어질 것 같으니 일단은 접어놓자.

그렇다면 과연 어떤 여자에 대한 이야기를 스스럼없이 끄집어내어 펼쳐 보일 수가 있을까?

언제, 어디서, 누구와, 무엇을, 어떻게, 왜 까지 6과 원칙을 한번 적용시켜보니 나도 모르게 그만 말문이 닫아 버리고 싶어졌다.

악한 거짓 양심이 선한 진실 양심을 순식간에 삼켜다.

그래서인지 자신의 '여자만' 이야기는 슬그머니 감추싶어다.


그래도 답답한 요즈음,

오늘이라도 '여자만'에 한번 찾아가서 적당히 각색한 나의 여자만 기를 마음껏 펼쳐 내어 여주고 싶다.

그것도  아니면 나의 여자 애기는 감추어 놓고 남의 여자만 이야기를 열심히 경청만 하고 돌아와도

괜찮을 것 같다.


아마도 그곳에 가게되면 하고 싶은 나의 '여자만' 이야기 숨겨놓고 남의  '여자만' 이야기

열심히  돌아 올 것 같다.

후유증이 두려워서라기 보다는 인류(?)의 평화를 해서라도...

"침묵은 금이다!"라는 금언이 이럴 때 필요한 것이구나,

"남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라" 이란 말도 이럴 때 쓰는 칼이구나

라는 생각이 절도 느껴지게 한다.


집주인은 단순히 고향 이름을 상호로 사용하고 거기에다 재미를 하나 더 덧붙었겠지만 이렇게 정치색이 난무하는 오늘날에 신선한 깨달음을 주는 것 같다.


이번 주말에는 입이 아주 무거운 사람이랑 이 집에 찾아가서 나의  '여자만' 이야기를 맘껏 펼쳐 보이면 어떻게 될까?

그렇게 하면  나의 묵은 체증이 확 내려가게 될까?


   2021, 8.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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