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brunch
이산가족
by
김 경덕
Feb 4. 2022
이산가족
멀리 떨어져 살던 가까이 살던 상관이 없었다. 아들, 딸 내외 모두 직장에 나가기 때문에
그렇다 치지만 많지도 않은 순주 녀석들도 그놈의 과외 때문에 주말에도 좀처럼 얼굴을 보기가 힘들다.
지금은 만남 자체를 자제하라는 코로나19 시국이지만 이번 설날에는
그래도 모두 함께 모일 수 있겠지 하는 기대를 가지고 기다리고 있었다.
지난
주일날, 설 이틀 전 , 오랜만에 점심을 함께 하려고 후배 부부를 집으로 초대하였다. 아내랑 함께 열심히 준비를 하고 있던 10시 반 경 전화벨이 울렸다.
왠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하루 전
우리 집에 다녀간 외손자가 코로나 양성 판정을
받았다는 급보가 딸에게로부터 날아왔다.
우리도 코로나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하였다.
초등학교 1학년인 외손자가 며칠 전에 학교에서 감염이 되었다고 하였다.
우리 집으
로 오고 있던 후배
부부에게 양해를 구하고
돌려보낸 후 노심초사하고 있었는데
그날 저녁부터 아내에게 감기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밀접 접촉자인 가족들의 1차 검사 결과 딸만
양성 판정을 받았다.
음성 판정을 받은 사위와 외손녀는 임시로 동탄에 있는 있는 한 오피스텔로
격리되었다. 그래도 이틀 후에 다시 재검을 받아야 한다고 하였다.
소동이 벌어진 두 집과 아직도 비 접촉 상태인
아들네에게는
설날
우리 집으로 오지 말라고 미리
전화를 넣었다.
설날 아침 떡국도
먹는 둥 마는 둥
하고서는 서둘러 수지 구청 뒤뜰에 있는 코로나 선별 검사소로 나갔다.
10시경 도착했는데 대기줄이
200m가량 길게 널어져 있었다. 기다리던 중 바로 판정을 받을 수 있다는 신속 항원 검사를 먼저 받아 보기로
하였다. 판정 결과는 둘 다
음성이었지만 아내의 기침과 근육통은
시간이 갈수록 더 심해져 갔다.
다음날 아내는 정식 PC
R 검사를 받기 위해 다시 보건소로 나갔다.
오늘 아침 격리 중이던 사위도 2차 검사에서 양성 판정을 받았다.
아직도 음성 상태인 외손녀를 분리하여
격리시키기 위해 어제저녁 우리 집으로 데리고 왔다.
사위는 자기 집으로 다시 돌아가고...
직접 당하고 보니 정신을 차릴 수 없을 만큼
상황 전개가 급속도로 빠르게 전개된다.
설날에 기대했던
실낱같은 희망이 이렇게 산산조각이 되어 버리고 말았다..
도대체 무슨 짓을 하는지 나도
모르겠다.
한집에 살면서 이제는 서로가 경계의 대상이다.
아내와 외손녀는 검사 후
판정 대기자이고 나는 아직 미확정 접촉자이기 때문이다.
식탁에 함께 앉지도 못하고 각자의
방에서 따로 먹어야 한다.
두 개뿐인 화장실도 가능한 분리 해서 사용해야
한다.
대화는 절제가 아니라 거의 할 수가 없다. 한 집에 기거하면서 카톡으로 서로의 의사를 전달하고 있다.
정말
기가 막히는 연극이다.
도대체 우리가 하고 있는 이 짓거리가 어디까지가 진심이고
어디까지가 가식인가?
두대체 누구를 위해서 이 짓을 하고 있다는 말인가?
진원지인 딸네 집에는 확정 판정을 받은 사위, 딸 그리고 외손자 이렇게 세명
의
기결수(?)
가
기거하는 집이라
이미
교도소가
되어버렸다.
우리 집
은 판정 대기자인 아내와 외손녀 그리고 나 이렇게 세명은 아직 미결수라 자주 들락거려야 하므로 구치소이다.
아들네
가족 세명만 불안하겠지만 겨우 자유인으로 살아가고 있다.
우리
집 냉장고에는 아직도 설날용 음식 식재료가 많이 남아 있다. 뒷 베란다에는 미리 만들어 놓았던 갈비찜과 빈대떡이 낮잠을 자고 있다.
무엇 때문에 우리 세 가족이 각각 이렇게
다른 격의 삶을 살고 있을까?
Pendemic이 우리에게
주는 엄중한 경고
중 하나
일까?
아니면
우리 가족을 통해
Endemic의 희망을
전달하고 싶은
예고편
중 하나 이기라도 한 것인가?
그것도 아니면
언젠가는 우리 가족이 겪어야 할
영원한 이산을 위한
사전 예행연습인가?
이 글
을 정리하는 중 아내의 양성 판정 소식이 '까똑'하며 가볍게 우리 집으로 날아 들어왔다.
이제 남은 우리
둘, 외손녀와 나, PCR검사를 다시 받아야 한다. 밖에서 장시간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하므로 추위와 바이러스를 이겨내기 위해서 단단히 중무장을 해야 한다.
벌써 손녀에게도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나 보다.
바로 건넌방에서 이런 카톡이 날아왔다.
"할아버지 미안한데요.
나 씹어 먹는 타이레놀 같은 것
사 줄 수 있나요?"
체념과 중무장을 동시에 하고 마치 전쟁터에
나가는 기분으로 다시 집을 나셨다.
2022, 2, 3
8
댓글
댓글
0
작성된 댓글이 없습니다.
작가에게 첫 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브런치에 로그인하고 댓글을 입력해보세요!
김 경덕
직업
매니저
Kyung Duk(경덕) Kim의 브런치입니다. 금융,상사,유통,건설등 다양한 직종을 체험하고 은퇴를 한 후 목공과 여행을 취미로 살아가는 70대 할비입니다.
팔로워
91
제안하기
팔로우
작가의 이전글
귀가
겨우살이
작가의 다음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