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수업

by 김 경덕

마지막 수업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을 오늘 새벽 마지막 장을 읽고 책장에 올려놓았다.

작가인 김지수 기자는 오랜 기간 동안

매주 화요일마다 선생님을 만나서 담화를 나누었다.

이어령 선생은 고령에다 암 투병 중이셨다.

두 차례의 암 수술을 받은 후 항암치료마저 포기하시고 계셨기 때문에 죽음과는 매우 가까이 서 계시면서 작가를 만났다.

이 책은 죽음과 혹은 삶에 대해 작가와 선생이 주고받은 질문과 아름다운 답들을 잘 정리해 놓았다.


책은 작년 12월 말에 발간되었다.

바로 손에 넣은 후 조금씩 읽기 시작하였는데

매 단원의 주제마다 느껴지는 충격이 예사롭지가 않았다. 때론 되돌려 읽기도 하고 줄을 쳐가며 읽기도 하면서 조금씩 천천히 정독을 하였다.


이 시대의 최고 지성으로부터 생의 마지막에 주옥처럼 쏟아져 나오는 번득이는 한마디 한마디였기에 그대로 내 가슴에 들어와 자리를 잡았다. 특히 오미크론 격리 기간 동안에 읽었기 때문에 의미가 더 크다.

책은 어느새 남아있는 나의 삶에 대한 새로운 죽음의 지침서가 되어 버렸다.


오늘 아침 이어령 선생님의 부고를 뉴스로 접했다.

죽음을 목전에 두고 숙고하시면서 죽음을 가지고 놀이를 하셨던 선생님께서 세상을 떠나신 것이다. 생전에 하신 말처럼 선생님은 죽은 것이 아니라 애초에 있었던 자리로 돌아가신 것이다.


선생님은 생전에 남긴 글들을 두고

'죽음과 죽기 살기로 팔씨름하며 깨달은 것이요 어둠의 팔목을 넘어뜨리고 받은 전리품이다'라고 하셨다. 또한 '살아 숨 쉬는 한 호흡 속에서

얼마나 하나님의 큰 은총이 있는지 나는 느낀다'라고 하시면서 '종교가 있든 없든, 죽음 과정에서 신의 기프트를 알고 죽는 사람과

모르고 죽는 사람은 천지 차이가 있다'고도하셨다. 그래서 '지성의 종착점은 영성이다.

지성은 자기가 한 것이지만 영성은 오로지 하나님으로부터 받은 깨달음이다'라고 하시면서 자신이 받은 선물을 우리들에게 모두 남겨 주고 홀연히 떠나가 버렸다.


선생님을 직접 뵙지는 못하였다.

오래전 읽은 '흙 속에 저 바람 속에'

'디지로그'가 아직도 서가 아딘가에 꽂혀있을 것이다.

88 올림픽 개막식에서 선생님이 연출하신 '굴렁쇠 굴리는 소년'을 직접 현장에서 목격을 하였고

하나님을 영접한 후 이재철 목사님과 대담하는 영상을 몇 차례 시청을 한 것이 전부다.


두서없이 닥치는 대로 읽은 책들은 대부분 버리거나 남에게 주어 버리지만 계속 보관하고 있는 책의 작가가 몇 분 있다.

신영복 교수, 법정스님, 박완서 소설가 그리고 이어령 선생이시다.

선생님은 마지막으로 생존해 계시면서 멘토가 되어주셨는데 오늘 아침 선생님마저도 이 세상을 떠나 본래의 자리로 돌아가셨다


이 책 서두에 작가는 선생님이 세상을 떠나신 후에 이 책을 출판하기로 약속하였지만 서둘러 낸다고 하였다.

세상에 조금 일찍 나온 책이 오히려 우리 같은 독자들에게는 그 약속을 지킨 결과가 되어 버렸다.


선생님은 죽음은 멀리 있지 않고 항상 생의 한가운데 있다고 하였다.

마치 '정오의 분수, 한낮의 정적,

시끄러운 운동장과 텅 빈 교실,

매미 때의 울음이 끊긴 순간'처럼.....


빈소에 찾아가서 마지막 인사라도

드리고 싶다.

책 표지에 있는 선생님의 얼굴 그림을 가만히 들어다 보면서 "하늘나라에서도 이 세상에서 처럼 다양한 영역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시면서 즐기십시오"라고 명복을 빌어 드렸다.


이 순간 선생께서 '어린 시절 개구리가 시끄럽게 울어대는 한밤 중에 무논에 나가 돌을 던지면 개구리울음 소리가 갑자기 뚝 끊어지는 정적을 즐겼다'라는 장면이 머릿속에 떠 올랐다.

내 몸이 갑자기 굳어지기 시작했다.

나도 수많은 돌을 던지면서 이 세상을 살아왔는데 왜 나는 끊어진 개구리의 울음소리를 한 번도 듣거나 느끼지 못했을까?


가시는 평안하기를 다시 한번

기원합니다.



2022, 2,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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