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무 답사 (1)
금년 들어 벌써 두 번째, '친구 따라 강남을 갔다' 왔다.
작년 봄에는 전남의 남도 5매, 금년 3월에는 경남의 산청 3매를 답사했다.
이번에는 소나무다.
소나무는 우리가 주변에서 가장 흔하게 접할 수 있는 나무다. 그렇지만 언제부터인지 기후 온난화로
그 흔하던 소나무가 우리 주변에서 점점 줄어들며 자취를 감추고 있다. 안타까운 일이다.
친구는 남의 작품의 속살을 뒤집는 솜씨가 대단한 문학 비평가이다.
뒤집는 버릇을 쉽게 버리지 못해 강단을 떠난 후에도 전국의 강과 바닷속을 뒤집고 다니고 있다.
그렇게 하여 잡은 물고기의 등을 또다시 뒤집는 프로 조사다.
조금은 양심의 가책을 느꼈던지 속죄의 뜻으로 이제는 전국에 있는 명품 나무를 찾아가서 빌고 있다.
살생을 많이 했다고 비는 것인지 아니면 월척을 낚게 해 달라고 비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이번에도 이런 고수님을 따라 중부지방에 있는 소나무를 답사하기 위해 1박 2일 일정으로
문경, 상주, 보은, 괴산 그리고 이천을 다녀왔다.
알아야 더 많이 볼 수 있다고 하길래 소나무 관련 자료를 몇 가지 먼저 찾아보았다.
의외로 소나무 과에는 많은 나무들이 속해 있었다.
소나무를 필두로 전나무, 잣나무, 구상나무, 가문비나무, 잎깔나무, 히말리아 시다에다 낙엽송도 이 과에 속해 있다. 우리나라에 현재 서식하는 소나무는 적송, 육송, 해송(곰솔), 리기다소나무, 백송등이 있고 다시 적송(솔) 중에는 반송, 금강송, 장백송, 금송, 은송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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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부터 서둘러 처음으로 찾아간 소나무는 괴산군 연풍면 적석리 입석 고개에 있는 적송이다.
이 고개는 지난날 남도 과객이 문경새재를 힘들게 넘어온 후 충청도 땅에서 처음으로 만나게 되는 고개다.
고개 마루턱이라 남북으로 시야가 훤히 튀어 있다. 그래서인지 아래서 바라보나, 고개 마루에서 바라보나,
동서남북 어느 방향에서 보든지 나무의 위풍이 당당하다.
이 소나무의 품세는 속리산의 정 2품 송과 비슷하다.
지난날 동쪽 가지에 가벼운 설화를 입었지만 다행히 태풍이나 낙뢰의 큰 화를 입지 않아 500년 이상된
수령이지만 아직도 생육이 왕성하다.
과거길에 오르던 선비가 이 고개에서 쉬면서 이 나무를 쳐다보기만 하여도 기를 듬뿍 받아 장원급제를
할 것만 같은 그런 기품을 지녔다.
이제 급제할 일은 없어졌지만 가만히 한 번 품어 주었다.
이 자리를 잘 지켜주었다고 토닥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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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경 대하리 소나무는 천연기념물 426호로 지정되어 있다.
400년 이상된 반송으로 밑동에서는 마치 두 개의 우산을 맞들고 있는 듯 하지만 전체 나무 형상은 마치 하나인 듯 멋진 조화를 이루고 있다. 자연을 보면서 삶의 귀감을 찾는다고 하였는데 마냥 티격태격 살아가는 우리 부부에게 좋은 귀감이 되는 나무인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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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경시 호계면에 봉천사가 있다.
절 바로 앞에 병암정이 있고 이 정자와 오랜 연을 맺고 살아가는 소나무가 있다. 소나무가 정자를 사랑하는 눈빛으로 지긋이 바라보는 자세가 참으로 자연스럽다. 우람하거니 특별한 모양은 없으나 정자와 함께 어우러져 그 가치를 더하고 있다. 같은 소나무끼리 짝을 이루지 않고 인공 구조물인 정자와 짝을 이루어도 이렇게 멋지구나! 병암정 정자도 소나무처럼 땅에서 솟아난 한그루 소나무 같았다.
봉암사는 산중이 아닌 바로 마을 뒤편에 자리 잡고 있다. 사찰의 규모는 별로 크지 않았다.
그러나 여기서 내려다 보이는 문경의 산야 전경은 범상치 않았다.
풍수에 대한 깊은 조예는 없으나 절 아래에 있는 농 갓집을 한채 매입하여 여기서 남은 여생을 보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갑자기 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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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주시 화서면 상현리에 있는 수령 500년인 이 반송은 천연기념물 293호로 지정되어 있다.
이번에 답사한 소나무 중 크기, 자태, 보존과 생육 상태로 보아서 최고의 위압감을 느끼게 한 소나무다.
이때까지도 소나무의 기를 잘 느끼지 못했는데 이 소나무를 보고 난 후 비로써 기를 느끼기 시작했다.
반송임에도 높이가 15m 넘어가 탑송이라는 별칭도 가지고 있다.
옛날에 이 나무에 마을 지킴이 이무기가 살았다고 해서 지금도 정월 대보름날에는 이곳 나무 아래서 대보름 제사를 지내고 있다고 한다.
다음번에는 정월 대보름에 다시 와서 이무기한테 어떻게 제사를 지내는지 한번 보고 싶다.
이 나무를 사랑하는 마을 사람들의 정성이 그대로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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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문경시 농암면 화산리 941번지 길가에 있는 나무다. 속리산 동편 고 지대에 자리한 마을 자체가 외통수 막다른 길 끝자락 오지다. 마을 입구 길가에 아무도 돌보지 않고 버려진 듯 버티고 서 있지만 아직도 싱싱하게 자태를 뽐내고 있다. 옛날부터 이 나무를 베면 천벌을 받는다고 하여 현재까지 잘 보존되고 있다.
지자체에서 뒤늦게 관심을 가지고 지금은 잘 관리되고 있다. 참으로 다행한 일이다.
오지의 신선한 공기를 마시고 자란 이 나무의 기를 먹어 보려고 소나무 아래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아카시아 꽃을 한 줌 꺾어왔다. 이 꽃을 기름에 튀겨 먹어 보기로 했다. 무슨 곡차와 함께 마시면 이 소나무의 생기가 듬뿍 나한테 전해져 올까?
상당히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