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무(2)

by 김 경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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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리산 정 2품 송

속리산면 법주사 가는 길목에 있는 정 2품 송은 우리나라 소나무 중 유명세로는 일등이다.

이런 유명세에 걸맞지 않게 이번에 답사한 소나무 중 볼품은 제일 꼴찌다.

사람도 너무 높이 올라가면 떨어진다고 했듯이 식물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한 때 행운으로 잡은 정 2품직을 600년 동안 차고 있었다. 명예를 내려놓지 못하고 너무 오래 버티다 보니 바라보는 백성도 그만 지쳤나 보다. 백설(백성)이 힘을 합쳐 한 밤중에 정 2품 관직을 과감히 벗겨 버렸다.

흰 눈이 감행한 일종의 촛불 시위다. 설화로 그만 한 면을 잃고 말았다. 동편에서 서쪽을 향하여 형태를 잡아보니 그나마 반듯해 보이지만 이제는 기품도 없고 생기도 잃어버렸다. 다행히 인근에 이식해 놓은 자목들이 열심히 다음 세대를 준비하고 있다.

직위와 명예 그리고 노욕의 위험함을

여기 정 2품 송에서 한 수 배우고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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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산 왕소나무

이번에는 힘자랑하다 태풍에 쓰러져 버린 괴산군 청천면 삼송리에 있는 천연기념물 제290호 왕소나무다.

살아생전 그 모양새가 하도 우람하고 힘 있어 보여 이름 자체를 왕소나무라고 지어주었다고 한다.

지금까지 보아온 다른 소나무와는 달리 이 나무는 주변에 군졸까지 거느리고 그 위엄을 뽐내고 있었다. 그러나 세월 앞에 장사 없다고 2012년 태풍에 그만 맥없이 쓰러지고 지금은 졸들 만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영원한 챔피언은 없다.

무엇이 이곳 주민들을 감동시켰는지 당시 괴산 군수가 이 쓰러진 나무를 바로 제거하지 않았다. 쓰러진 그 자리에 그냥 두고 잔 가지만 정리하고 몸통을 방부 처리한 후 멋진 지붕까지 쉬워 주었다.

죽은 나무를 살아있는 나무보다 더 많은 돈을 들어 보호하는 관경을 이번에 처음으로 목격하였다.

약간은 괴이한 느낌마저 들었다.

발가벗겨 놓은 모습이 마치 쓰러져 있는 일본 스모 선수 같았다.

방부 처리를 하지 않고 자연 그대로 두었다면, 서서히 썩어 사라져 가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답사객들이 더 많은 삶의 귀감을 얻었을 텐데...

조금 아쉬웠다.

가이드 교수님은 누워있는 이 왕소나무를 바라보면서 이 나무가 살아있을 때 친견하였다고 세 번씩이나 자랑을 했다.

나는 쓰러진 모습을 보는 것이 더 재미있고 고소하게 느껴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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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천 반룡송

이번에 답사를 계획한 소나무는 총 10그루였다.

상주 화동면에 있는 낙화담 소나무와

보은 서원리에 있는 별칭 정 2품 송의

아내인지 첩인지 하는 소나무는 섭섭하겠지만 친견한 것으로 만족하자.


서울로 올라오는 길에 마지막으로 답사한 소나무는 이천시 백사면에 있는 반룡송(蟠龍松)이다.

이 나무의 껍질은 붉고 용비늘 같으며, 사방으로 뻗은 가지마다 용이 살아서 움직이는 듯 그 뒤틀림이 매우 신비스럽다.

이번에 답사한 소나무 중에서 감동의 순서를 정하라고 한다면 크기와 인물로는 상주 상현리 반송이고 반면교사로 전해주는 나무의 기와 숨겨놓은 내공은 이 반룡송이 단연 으뜸인 것 같다.

다른 소나무들은 비교적 인적이 한적한 곳이거나 높은 곳에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 반룡송은 서울과도 가까울 뿐만 아니라 완전히 개방된 벌판 한가운데 자리를 잡고 있었다.

주변에는 물류 창고나 공장들이 벌써 들어서 있는 곳이다.

다행히 규모가 비교적 크고 구능진 밭(田)의 나지막한 곳에 스스로도 자세를 낮추고 숨어있었다. 도로에 차를 세우고 표지판이 가리키는 데로 한참을 걸어 들어갔는데도 나무가 보이지 않았다.

가까이 가서야 큰 나무의 머리끝이 보이기 시작했다.

아! 이래서 이 나무가 1000년을 이렇게 살아남았구나!

자세를 낮춘 것이다.

일종의 겸양이 겸손이 이 나무를 살렸다.

어찌 보면 비급 하게 숨어 있는 모양새 같기도 하지만...

이 험하디 험한 세상에서 온갖 풍파를 다 맞으면서 비록 자세를 낮추고 살고 있지만 이 방법이 최고의 수단이었을지도 모른다.

속리산 정 2품 송과 괴산 왕소나무와 비교하면 더더욱 그렇다.

오래 살아남아야 볼 수도 있고, 느낄 수도 있고, 때론 경쟁도 할 수 있고 이렇게 자랑 까지도 할 수가 있다.

밑동에서부터 뒤틀려 올라온 가지들이 마치 세파를 홀로 견디며 참아 내다가 저렇게 뭉치고 휘어지고

뒤틀렸나 하는 느낌이 강하게 들어왔다.

안쓰럽지도 하지 참으로 대단하고

멋진 소나무다.

반룡송 Fighting!

-이것으로 중부지방 소나무 답사 기행을 마칩니다. 감사합니다.-


2022, 6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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