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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프스를 넘어
by
김 경덕
Nov 20. 2022
2022, 11, 19(토
)
알프스를 넘어
이번 우리 여행을 주관하는 가이드의 키가 무려 194cm이다.
어느
알프스 연봉만큼 키가 우뚝 솟아있어
멀리서도 잘 보인다. 그래서 뒤에서
따라다니기가 무척 편하다.
84년
미국 생으로 영어는 물론이고 이곳 현지어도 능통하여 일정을 진행하는 솜씨가 아주 매끄럽다.
높은 산봉우리 같은 가이드를 따라 떠나는 오늘 일정은 알프스 산맥을
북쪽
인 스위스에서 올라갔다가 다시 남쪽면 이태리로 내려가는 완전
산악지대를 통과하는
난
코스다.
새벽부터 가을비가 을씨년스럽게 부슬부슬 내린다
늦가을, 거기다가 비까지 내리지만
달리는 차창밖으로 보이는 스위스 가을의
전원 풍경은 전혀 스산하지
가
않다.
계곡을 타고 오르는 안개구름이
먼산의 흰 봉우리와 겹쳐지면서
더욱 멋을 더하고 있다.
이래서 Switzerland 인가?
리히텐스타인
2시간여 빗길을 달려 찾아간 곳은 이번 여행 중
첫 번째로 방문하는 소국 '리히텐스타인'이다.
이 나라 수도인 파두츠는 도시가 아니라 마치 강
건너 있는 조그마한 마을 같다. 전체 면적은 우리나라 청주시만 하다고 하지만 인구는 고작 4만에 불과하다.
겨울비가 내려서인지 아침 10시인데도 이 마을은 아직도 아침잠에 취해 있다. 다니는 사람도 차도 거의 눈에 띄지 않는다.
관공서도, 박물관도, 가게도 10시 반이 되어야 문을 연다고 한다.
그런데 어떻게 이 나라
의
국민소득이
세계 1위
인 15만 불이나 될까?
똑같은
규모로 나란히 자리한 스위스 명품시계 가게만 유난히 내 눈에 자꾸 들어온다.
한참을 기다렸다가 우표박물관에 들어가 건성으로 둘려보고 나오니 안개가 걷히면서 바로 머리 위에 고성이 올려다 보였다.
지금도 이곳 군주가 여기에 거주하고 있다.
현재 상주하고 있다는 표시로 이 나라 국기와 군주의 문양기가 높은 성벽 위에 걸려 있다.
본격적인 여행의 첫날이라서 그런가?
너무 한적해서 그런가?
약간 머쓱한 기분을 뒤로하고 스위스와 이태리의 국경지대에 있는 전략적인 요충지, 지금은 스위스령, 발렌초나로 서둘러 출발하였다.
발렌초나
힘들게 경사면을 올라가던 버스가 한숨을 돌린 곳은 알프스 산맥의 안부 중 하나인
고갯마루다.
해발이
3000m 이상 되어 보인다. 주변의 설산 풍경이 잠시도 눈을 쉬지 못하게 한다.
발렌초나는 알프스 산맥의 남쪽 사면, 마치 산으로 들어가는
풍구 같은 위치에 자리 잡은 도시다.
중 근대를 거쳐 오면서 수 차례 주인이 바뀌었다고 한다. 이 도시의 주 관광 포인트는 역시나 남 사면을 가로질려 쌓인 성벽과 3개의 성채다. 가장 낮은 지대에 자리한 제1성채만 동굴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 시가지와 알프스 연붕들을 맘껏 구경하고 내려왔다.
여기서 점심으로 먹은 이태리식 스테이크는 정말 그 맛이 별로였다.
Como Lake
Lake Como가 그 멋을
잃어버렸다.
지난날의 낙망적이고 서정적인 운치는 사라져 버렸고
인위적인 구조물과 사람만 넘쳐났다.
90년대 초 밀라노 출장길에
두어 차례 여기를
찾아온 적이 있다. 하도 조용하고
정취가 아름다워서 아내와 함께 꼭 다시 찾아오겠다고 다짐해두었던 곳이다.
20년 만에 아내와 함께
그때
다짐대로 다시 찾아왔건만 옛날의 그 Como 호수는 아니었다.
스위스와 이태리 국경 Check Point를 통과하면 바로 Y자형 호수가 도로
왼쪽 편 아래로 내려다 보인다. 터널을 지나가는데 방금까지 지나온 터널들과는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궁금해하는데 가이드 왈, 여기부터는 이태리, 스위스는 이제 끝났다고
간단하게 정리해 준다.
뭔가가 스위스에 비해 어수선하고
지저분하다.
Como 호수의 석양 경치를 보기 위해 서둘러 후니쿨라 정거장으로 달려갔지만 이곳 역시 사전
예고 없이 보수 중이라는 팻말로 입구를 가로 막아 놓았다.
오랫동안
기다렸던 아내와의 호숫가 밤 데이트도 순식간에 깨어져 버리고 말았다.
왜 이럴까?
저녁에 예약해둔 레스토랑마저도 호수 조망은커녕 지하에 자리 하고 있었다. 궁여지책으로 와인 한 병을 함께한 친구 부부와 나눈 것이 고작이었다.
기대에
못 미친 Como 호수에서의
하룻밤이었다.
혹시나가 역시나로 언제나 예고 없이
우리 앞에 펼쳐지는 것을
실감 나게 느낄 수 있었던 하루다.
2022,11, 20 Lake Com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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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yung Duk(경덕) Kim의 브런치입니다. 금융,상사,유통,건설등 다양한 직종을 체험하고 은퇴를 한 후 목공과 여행을 취미로 살아가는 70대 할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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