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백운대, 망월대, 인수봉 위에다 구축해 놓은 듯한 성채다.이곳 티타노 산의 높이도 749m로
북한산과 비슷하고 제1, 제2, 제3성채 간의 거리도 비슷하다. 산 위에서 내려다 보이는 마을 풍경도
우이동을 닮았다.
왜, 이렇게 높고 험준한 바위산 정상에다 성채를 만들어 놓았을까?답은 의외로 단순하다.
죽지 않고 살아남기 위해서이다.
그렇다면 죽이려고 쫓는 자는 누구이고 살아남으려고 도망치는 자는 누구인가?
이 답도 의외로 간단하다.
강자와 약자다.
산 마리노 성은 여타 다른 성채와는달리 성을 구축한 이유가 색 다르다.약자가 아닌 강자가
더 강해지기 위해 이곳에 들어와 성을 쌓았다.
이들은 세속적인 권력이나 부의 강자가 아니고 신앙과 믿음의 강자였다.
4세기 로마 황제 디오클레티아누스의 기독교 박해가 극에 달할 때이다. 석공 출신인 Saint Morinue (모리뉴)가 기독교인 된 후 함께하는 동료들과 험준한 이곳 티타노 산으로 숨어 들어왔다. 산 정상에다 제1성을 쌓고 그들만의 신앙공동체를 만들었다. 인근에 있던 봉우리에도 유사시 대피할 제2, 제3 성채를 연이어 쌓았다. 여기서 그들은 더 깊은 믿음의 경지로 나아갈 수 있었다.
이곳은 워낙 높고 험준한 곳이라 로마 병정들도 함부로 공략하지 못하였나 보다. 성채가 아직까지 손상되지 않고 완벽하게 잘 보존되어 있다.
제1성에서 내려다본 제2성채
얼마 후 콘스탄티아누스에 의해 기독교 박해가 풀렸지만 이들의 공동 신앙체 생활을 여기서 계속해 나갔다.
이후 다른 로마 교황에 의해 그 정체성을 잃지 않은
이 공동체가 공식적인 독립 신앙 공동체로 인정을 받게 되고 산 아래로 지경까지 규모를 넓혀 나가게 된다.
처음에는 기독교 신앙공동체로 시작하였지만 오늘날에는 독립공화국으로 발전하여 그 존재가 지속되고 있다.
그렇다면 이 산마리노 성채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
재미 삼아 지금까지 보아온 다른 성채와의 차이점을 찾아보았다. 일반적인 성채는 침입자로부터성을 방어하기 위해 성벽 여러 곳에 공격 포인트가 있다. 포대라든지 화살이나 돌을 굴리기 위해 군데군데 공격용 구멍을 뚫어 놓았다. 그런데 이 성채에서는 이런 것들이 별로 보이지 않았다. 대신 이중벽이나 미로 등 더 이상 공격자들이 따라오지 못하게 하는 추적자 차단 시설들이 여러 곳에 있었다. 밀려가다가 더 이상 갈 곳이 없으면 다른 성으로 미로를 따라 이동하면 된다.
그것도 안되면 최후의 수단은 천국행이다.
제일 높은 최후의 망루에는 베란다 같은 좁은 누각이있었다. 여기가 바로 산마리노의 낙화암이다.
성채 안에는 일반 거주자들의 집도 있지만 집집마다 미로 같은 퇴로로 연결되어 있다.
이 성채를 공격해온 공격자들의 목적은 성안에 있는 사람을 생포하거나 죽이는 것인데 이 목적을 달성하기에 가장 힘들게 성채를 설계해 놓았다.
살아남기 위한 수단이었겠지만상대를 해하지 않고 순수하게 자기 방어에만 충실하면 영원한 생존을 기약해 준다는 신의 또 다른 계시를 산마리노에서 얻을 수 있었다.
Saint Morinue(성 마리 뉴)의 정체성이다.
끝까지 지킨 그의 신앙심과 존재감이 이 척박한 바위 위에 또 다른 지상 천국을 건설하는 초석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