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르카손

by 김 경덕

2022, 11,23(수)


카르카손

어제 밤늦게 호텔에 들어와 여장을 풀었기 때문에 호텔 주위를 둘러볼 겨를이 없었다. 도심과 가까운데도 주변이 한적하다. 2층 건물이지만

구조가 매우 단순하여 마치 우리나라 해남 대흥사 앞에 있는 유심 여관과 비슷한 분위기다.

땅이 가까와서인지 잠자리가 편안했다.

아침에 눈을 뜨니 비가 냬리고 있다.

오늘은 프랑스와 스페인의 국경도시인 카르카손을 방문하고 이번 여행의 마지막 소국인 안도라 리베야 까지 들어간다.


카르카손은 사전 정보도 없었고 기대도 전혀 하지 않은 도시이다. 지도를 보면 리베리아 반도가 시작하는 손목 잘록한 부분이 있다. 여기에 있는 카르카손은 지중해에서 지브랄탈 해협을 거치지 않고 대서양으로 나갈 때 가장 짧은 길의 길목에 있는 전략 요충지이다. 여기서 피레네 산맥을 넘어가면 스페인 중 북부 지방이 되고 이 산맥 한가운데에 안도라 공화국도 있다.

이곳은 현재 프랑스령이다.

기원전부터 로마가 이 땅을 점령한 후 성채를 쌓았고 이후 켈트족, 아랍계 무어족, 다시 스페인, 프랑스 등 주인이 그때마다 바뀌었다. 그래서일까, 성안에 성을 쌓고 이것도 불안하여 해자를 펐다가 또다시 성밖에 성을 쌓아 놓았다.

이러다 보니 성내가 협소해지자 성밖에 계획도시까지 별도로 만들어 놓았다. 그동안 많은 성들을 찾아가 보았지만 이렇게 복잡한 성은 처음 본다. 유적지라기 보다는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친 흔적들 뿐이다. 성곽 밑에 나란히 제법 큰 규모의 오래된 공동묘지가 있다.

묘지의 비석들이 이 성의 뼈아픈 과거 역사를 훨씬 더 잘 알고 있을 것 같았다.

모두 부질없는 땅따먹기 싸움이었다.


분명히 여기에도 과거 500년 이상 아랍족들이 지배하였는데도 성내 각종 유물 전시실에는 이 시대의 유물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사람이나 나라나 수치스러운 과거는 감추고 싶은 모양이다.

이 성을 한 바퀴 돌고 나니 나도 수치스러운 지난 과거를 더욱 깊숙이 숨기고 쉽어진다.

어떻게 하던 실없는 자랑거리를 침소봉대시켜 볼까 하는 궁리만 내내 하면서 카르카손을 떠나 피레네

산맥으로 올라왔다.

2022,11.23

카르카손 떠나며

keyword
작가의 이전글산 마리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