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춘
오늘은 立春이다.
속담에 "冬至에 언 범 불알 立春에 녹는다"라는 말이 있다. 정작 이 속담은 호랑이를 두고 한 말 같지는 않다. 호사가들이 호색남을 빗대어 한 말 같기도 하고, 이제는 나이가 들어서인지 아니면 방구석이 따뜻해서인지 입춘이라고 굳이 녹여야
할 그 무엇도 없다.
만약 얼어붙었다면 언 채로 봄을 맞이하는 것이 더 나을 것 같기도 하고....
아무튼 추위가 누구러지며 대지의 기운이 점점 돼살아나니 슬슬 시동을 다시 걸어보고 싶어 진다.
금년 봄부터는 마스크를 벗어도 된다니 더더욱 그러하다.
'立春大吉 建陽多慶'
부잣집 솟을대문에 붙어 있는 이 춘방이 우리들 눈에 익숙해져 있다.
정작 이 기원문을 붙여 놓아야 할 곳은 부잣집 대문이 아니라 가난한 집 사립문이다.
부잣집 대문에는 '건양다경'만 써서 붙어놓고 살림살이가 어렵고 항상 쪼들리는 집의 문짝에는 '입춘대길'을 크게 써서 붙여 놓았으면 좋겠다.
또 호사꾼들은 초라한 가게 기둥에 붙여놓은 입춘대길을 보고서는
"가게 기둥에 입춘대길 주련이라" 라면서
비웃을지 모르겠지만.....
(주련 ; 기둥에 붙여 놓은 글씨)
이제 우리도 누릴 만큼 누리면서 살 만큼 잘 사는 나라가 되었다.삶이 풍성해진 것만큼 삶의 자세도 조금 더 성숙해졌으면 좋겠다.
더불어 살아가는....
나누면서 살아가는....
내 집안 내 형제자매만, 내 자식만.
오로지 나만을 위한 기원이 아닌
우리 모두를 위한 발원이 되길 바라면서
'立春大吉 建陽多慶'을
이 아침 저를 아는 모든 이에게
봄맞이 노래와 함께 띄워 보냅니다.
2023, 2, 4 일
입춘 날 아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