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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 경덕 Mar 15. 2023

봄날은 간다


봄날은 간다


어제 온 봄이 오늘 떠난다.

늙은이의 무 감각은 유독 계절의 흐름을 느낄 때만 반대로 작동한다

너무 빠르다. 그래서  세월이 덧없다고 했나?

봄날은 간다.

여기 동시대의 섬진강 김용택 시인의 동명 제목 "봄날은 간다"

를 옮겨놓고 떠나가는 봄날을,

지난날의  추억을 다시 돼 살려본다


   봄날은 간다/ 김용택


      진달래

염병한다 시방

부끄럽지도 않냐

다 큰 것이 살을 다 내놓고

훤한 대낮에 낮잠을 자다니

연분홍 살 빛으로 뒤척이는

저 산 꼴 짜기

어지러워라

환장 허겠네

저 산 아래 내가

쓰러져 불겄다 시방


   찔레꽃

내가 미쳤지

마음으로 사내 욕심을 냈니라

사내 손목을 잡아끌고

초 저녁

이슬 달린 풀보리 잎을

파랗게 쓰러 뜨렸니라

동근 달을 보았느니라

달 빛 아래 그놈의 찔레꽃

그 흰빛 때문이었니라


   산나리

인자 부끄러울 것이 없니라

쓴내 단내 다 맛보았다

그러나 때로

사내의 따뜻한 살내가 그리워

산나리꽃처럼 이렇게 새빨간 입술도 칠하고

손톱도 청소하고 붉은 매니큐어도 칠했니라

말 마라

그 세월

덧없다


   서리

꽃도 잎도 다 졌니라

실가지 끝마다 하얗게 서리꽃이 피었다

내 몸은 시방 서리고 춥다

겁나게 춥다

내 생애 봄날은 다 갔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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