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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 경덕 May 02. 2023

동행

   동행

사월의 마지막 날을 보내고 나니 동행이라는 단어가 호주머니 속에 남아있다. 부부는 좋으나 싫으나 함께  가야 할 어찌 보면 강제로 맺어진 동행이다.

이 귀중한 동행의 의미를 잊어버리고 앞 서거기  뒤 서거니 하며 때로는 멀리 떨어져 각자의 길을  가기도 한다.

알마전 자식에게 물어볼 일이 있어 전화를 더니 아들의 전화받는 태도나 말씨가 왠지 영 소원하게 느껴졌다.

아내도 그런 경험을 하고서는  나에게 서운함을 표현한 적이 있다.

그렇다면 자식과는 동행을 할 수가  없다는 말인가?

자식은 그저 떼어 놓을 수 없는  천륜의 관계일 뿐인 것 같다.


지난 이틀간 전 직장 동료였던 두 부부와 함께 강원도로 봄 나들이를 다녀왔다. 수년 전 산이 좋아 산에서 살다 산으로 돌아간 친구의 기일이기도  해서 겸사겸사로

떠난 길이기도 하였다.

30년 전 한 회사에서 함께 근무했던 옛 동료들이다.

각자가 회사를 떠난 후에도 관계의 끈을 놓지 않고 한해 두서너 번씩 얼굴을 맞대면서 여행을 가끔 함께 하기도 하였다.

그러다 보니 7,8여 년의 연배 차이가 있지만 이제는

부부간에도 허물없는 사이가 되어 버렸다.

온 뒤 날씨가 너무 좋아  동해 바닷가 어느 찻집에  들어갔다.  


키피 향에 취해  먼바다 위 지평선을 넋을 놓고 바라보다가 지평선  투영된 일행의 모습에서  동행이란  단어를 읽을 수가 있었다.

지난날의 추억들이 파도를 타고 밀려왔다.

그냥 편안함이  느껴졌다.

여기서는 어떤 실수를 해도 이해하고 용납해 줄 것만 같았다. 말을 하지 않았지만 그동안 동행들의 고충도 잠깐잠깐 보였다가 사라지기도 하였다.

즐거움은 이렇게 말로  나눌 수 있지만 말 못 하고  가슴에 숨겨놓은 어려움도 있었을 것이다. 이런 일이 있다면 서로를 위해 기도를 해주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하였다.

아! 이런 마음이 인생의 사계를  넘어가는 길 동무에게서 느낄 수 있는 동행이란  참 뜻이구나!

동행은 이렇게 서로가 만들어가는 것이구나!

작은 깨달음이 찻 잔 속에서 가슴속으로 가만히 건너와 자리를 잡이 가는 하루였다.

뜻있는 이틀간의 나들이 길이였다.


   2019, 5,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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