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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 경덕 Sep 07. 2023

브리티슬라바

  브리티슬라바

겨울철 우리나라에 날아오는 기러기는 'ㅅ'자 형태로 대형을 만들어 비행을 한다.

무리의 선두에 선 대장 기러기가 비행의 모든 것을 결정한다고 한다. 고도, 속도, 장소, 경계병 선정  심지어 날아갈 때 각자의 위치까지도 정해준다고 한다.


가족끼리나 때론 동료들과 함께 여행을 할 때는 건방지게 이 대장  기러기 역할을 항상 자임해서 수행을 하였다.

그러나 이번 여행에서는 이 대장 자리를 완전히 박탈당해 버렸다. 당초 여행. 계획을 세울 때부터 관여할 수가 없었다.

Mr. Klaus 씨가 살고 있는 른베르그를 출발한 후에도  운전은 물론이고 먹고,  마시고, 쉬고, 자고, 보는 것 어느 하나도 내가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었다.

몇 번을 끼어들어 갈 기회를 노리다가 실패한 후 포기해 버렸다.

오랜만에 리드의 책임을 벗어버려 부담을 느끼지 않으니 마음은  가볍다.

뒷 좌석에 앉아서 계속 차창만 바라보고 달리니 편하기는 하지만 생소한 느낌과 가끔 소외감마저 들었다.

 

이번 여행에 우리의 대장은 독일 친구 Mr. Klaus 씨다.

나 보다 8개월 먼저 태어나 갑장이다.  배가 제법 불룩하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행동이 재빠르며 상황에 따라 판단과 결정을 아주 잘했다.

개인 여행의 대장 자격을 충분히 갖춘 사람이다.

자기 집에서  독일식 아침으로 간단히 해결하고 슬로바키아로 가기 위해 아침 8시 30분 아우토반에 올라섰다.


11시에 독, 오스트리아 국경 Check point, 오후 1시 반에는 오, 슬로바키아 국경을 모두 Nonstop으로 통과하여  슬로바키아 수도인 부라티슬라바에 정확히 오후 2시에 들어왔다.

우리를 환영하는 가을비가 내렸다.

이곳은 2005년에 아내와 함께 한번 지나간 곳이다.

아내는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오리발을 내밀지만 난 분명히 이곳을 지나간 족적이 되살아 났다.


비를 맞으면서 브라티슬라바 옛 성으로 올라갔다.

15년 전 기억이 오락가락한다.

날듯 말듯 유럽의 다른 도시 성들과 겹쳐지면서 성곽 모양이 헷갈리기 시작했다.

더 깊은 인상을 머릿속에 심어 놓기 위해서 찍어놓은 사진으로 스케치를 해본다.

이제 여기에 다시 오지 않을 것 같다.

조금은 초라해 보이는 슬로바키아 수도 브라티슬라바를 조금 더 깊게 머릿속에 각인시켜 주고 싶어 사진과 함께 간직하기로 했다.


  2019,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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