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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칸기행 1

by 김 경덕

발칸반도 기행

불가리아 1


중세 어느 사막의 교부가 "빛을 따라 자연으로 돌아가라"라고 했다. 이번에는 이 말을 따라 해가 지는 서쪽으로 빛을 따라 일탈을 했다.


40년 전 3년간 걸프만에 있는 Damam에서 해외 지사원으로 근무 한 적이 있다. 바로 오늘 그 상공위로 비행기를 타고 지나가고 있다.

과거 이 지역에서 근무할 때의 추억들이 새롭게 되살아 나기 시작했다. 이곳은 비록 열사의 나라이지만 새벽빛 만 어느 곳에서나 아름답다.

새벽은 하루의 희망이다.

오늘 하루의 부푼 기대이기도 하다.


이른 아침 Qatar의 도하 공항을 이륙한 비행기가 이스탄불 공항으로 향해 날아가고 있다.

오늘 여정은 정오에 이스탄불 공항에 내린 후 렌터카를 이용하여 흑해를 끼고 북으로 올라간다. 최종 목적지는 불가리아 수도 소피아 바로 아래에 있는 고대도시 Plovdiv다.


늙은 노인들의 개인여행이 염려 스러웠든지 자식들의 간섭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래도 고맙다.

악 400km, 5시간을 달려 올라와 딸아이가 예약해 준 호텔(Villa Flivia Boutique Hotel)에 여장을 풀었다. 호텔의 규모는 작지만 시설은 5성급이다. 호텔 로비 지하에 고대 로마시대의 목욕탕이 있었는데 이 유물을 원형 그대로 복원해 놓았다. 내일 아침 사장께서 직접 안내해 준다니 벌써부터 기대가 크다.


이 지역은 구라파 대륙의 동쪽 끝자락이다. 훅해 연안으로부터 펼쳐진 굉활한 평야가 여기서부터

서서히 고도를 높이며 산악지형으로 변한다.

불가리아 수도 소피아의 관문이다. 그러니까 외세의 침략이 빈번했던 곳이다. 알렉산더, 로마, 몽골, 트르키에인들이 여기를 한 번씩 스쳐간 흔적들이 그대로 남아있다.

지하에 묻혀있던 기원전 로마 시대의 소 규모 원형경기장을 복원해 놓고 그 속에 카페를 만들어 놓았다. 장사 속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아이디어가 기발하다.

시간이 늦어 그 카페에서 커피 한잔하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다. 대신 내일 아침 호텔 사장이 직접 준비해 준다는 Breakfast를 기대하며 이번 여정의 첫날밤을 맞이한다.


2023,10,8

불가리아 프로브디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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