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unerdin
Dunerdin
Dubedin station
얼굴을 가린 하늘이 우리를 환영하는 꽃비를 아침부터 계속 뿌리고 있다
거만하게 누운 능선이 빗발 속에 고개를 숙이고 우리에게 정중하게 목례를
보낸다. 강물은 티베트 승려처럼 바닥에 바짝 엎드려 최고의 예를 다하고
심지어 비를 피한 목장의 양 떼들 마저도 무릎을 꿇고 우리에게 최고의 예를
표시하고 있다.
지금 우리는 남섬의 Dunedin 항 임시 정류장을 출발하여 잠시 후에
Dunedin 역을 무정차로 통과하고 연이은 호숫가를 지나면서 열차가 빗속
세수를 하면서 Christmas Creek 강을 따라 계속 내려가고 있다.
금광 발견으로 전성기를 누리던 한 세기 전 가설된 이 철도 노선의 이름은
George Railway이다.
크리스마스 날에 금광을 발견했다 하여 붙인 강 이름이 퍽이나 유모스러워하다.
서늘한 여름 비가 계속 내리며 더위를 막아주고 있다.
짓궂은 비가 아니라 우리를 더위로부터 지켜주는 수호천사 같은 비다.
우리가 탄 열차는 Cruise 관광객을 위해 Dunedin 항에서 Pukerangi를
왕복하도록 편성된 특별 관광 열차이다.
바다와 옛 도시, 호수와 강, 구릉과 계곡, 그리고 강과 평원이 연이어 창가에
펼쳐지는 환상의 Railway Course이다.
어쩌면 노년기에 접어든 나의 인생 여정과 상당히 흡사한 것 같기도 하다.
열 차 안에서 무료로 제공하는 향기로운 현지 산 Pinot crisr 화이트 와인을
기분 좋게 연달아 받아 마셨더니 여독에 지쳐있는 마음이 갑자기 흔들리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황금을 쫓아 100여 년 전에 먼 구라파 땅에서 이곳까지 흘러
들어왔다.
황금으로 부를 축척한 이곳의 개척자들은 무엇에 이곳에 남겨 놓았을까?
아름답고 화려하게 건립된 Dunedin 역이 이들이 남긴 대표적인 건물이다.
그리고 또 무엇을 심어 놓았을까?
아니면 무엇을 더 남겨 놓았을까?
인간은 이성을 가졌지만 욕망과 감정에 휘둘리는 불완전한 존재라고 했다.
그래서 치부를 향한 욕망은 끝이 없었나 보다.
여름이 지나고 가을이 와도 부를 추구하는 계절은 결실이 없다고 한다.
이들에게는 계속 여름만 필요하니까.
철원 평야에 가을이 되면 낙곡을 주워 먹으려고 추운 북녘땅에서
재두루미가 날아온다.
지난날 우리 집 뒤 뜰에 있는 감나무에도 달랑 하나 남은 홍 씨 감을
먹으려고 까치가 날아왔는데.......
수고하여 거두어드린 결실과 수확의 마지막은 이웃과 나눔이라고
성자들이 누누이 강조하며 말하였는데......
이곳 Dunedin 지역 옛 금광 터, 채광이 어려워지자 자 모두 다 떠나버리고
폐허가 되어버린 이곳, 남아있는 낙곡이라도 주워보려고 아니면 살아 숨 쉬는
인간미라도 한번 느껴보려고 여기까지 빗 길에 달려온 내가 바보인가?
텅 빈 벌판을 빗속에서 씁쓸하게 바라보다가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2019,1,26일 Dined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