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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 경덕 Nov 25. 2023

고향 가락국

  내 고향 가락국


고향으로 내려가는 남도행은 항상 가슴이 설렌다. 김해는  나고 자란 곳이기도 하지만  김해 김 씨의 시조 김수로왕이 개국한 가락국의 도읍지이기도 하다.

가을은 저만큼 깊어져 남행열차 차창가로 보이는 나무들은 모두 옷을 벗었지만 푸른 하늘을 등진 가지 끝에는 새봄처럼 생기가 넘친다.


비록 고향친구 모친상 문상길이지만 오랜만에 만날 고향친구를 생각하니 지레부터 마음이 설렌다.

각지에 흩어져 살던 죽마고우들이 무려 열넷 명이나 이번 문상에서 자리를 함께 했다.


"니, 쪼그마했었는데.

 니, 많이 좋아했는데.

 니, 대기 별났었는데."

무슨 이야기를 하든 항상 환하고 밝은 웃음꽃으로 끝이 난다.

그러나

"가는?

 벌써 갔다.

 가도?

 간지 오래됐다"

59년에 졸업할 때 고향 초등학교의 동급생은

110명 전후였다.  대충 짚어보니 먼저 간 친구가

벌써  30명 가까이  된다.

오늘 백수를 목전에 두고 98 수로 세상 떠난 친구 모친처럼 우리도 지금부터 20년만 더 살자고 서로 다짐하며 자리를 털고 일어섰다.


아쉬움을 떨쳐버리지 못해 멀리서 내려온 친구들과

함께 옛 고향 땅 정취를 한번 더듬어 보기로 했다.

참 많이도 변했다.

가장 아쉬운 것은 고향 초등학교의 현재 전교생 수가 50명이 채 되지도 않아 폐교 위기에 처해 있다고 한다.

난 아직도 생산(?) 능력이 있는데...

씨를 뿌릴 밭(?)이 없다는 등 실없는 농담을 주고받았지만 우리는 이미 퇴물이 된 지 오래다.


고향 곳은 낙동강 하류 델타 지역에 자리 잡고 있는 평야지대다. 낙동강 700백 리 물길이 굽이굽이 돌며 내려오다 막바지에서 부산의 금정산이 앞길을 가로막자 오른쪽으로 급선회한다. 오른쪽으로 김해 백두산을 감싸고도는 지점부터 우리의 고향 대동면(옛 지명은 하동면)이 시작된다. 그래서 많은 마을 이름이 물이나 철새와 연관시켜 명명되어 있다.

보름달을 다섯 개(낙동강, 양산강, 감천강, 술잔에 뜬 강, 내 눈에 비친 강)나 볼 수 있다는 월당(월촌),

감내(감천), 모래동(하사), 새 너리(조눌), 기우막(안막), 옛 대저면의 칠점산이 있는 남섬과 대칭인 북섬(예안), 단물이 솟았다는 초정등이다. 이러한 순수 우리말 이름을 일제강점기 때 행정개편을 단행하면서 한자음으로 모두 바꾸어 놓았다. 그러나 아직도 우리 또래는  옛 지명을 기억하고 있고 지금도 즐겨 사용한다.


이곳은 김수로왕이 가락국 터전을 잡기 전까지는 변한 땅이었다. 김수로왕의 가야국 금관가야가 세를 확장시켜 고령의 대가야, 고성의 소가야, 함안의 아라가야. 성주의 성주가야, 함창의 고령가야 즉 6가야와 연합하여 변한을 대신하는 이 지역의 맹주가 되었다.

이 가야는 힘을 축척하여 서기 77

신라에 도전하게 된다. 가야 군사가 고향땅 월당을 건너 황상진(지금의 물금 나루터)에서 진을 친 후 신라의 반격 세력과 격전을 벌리게 된다. 이 전투에서 가야는  천여 명의 목이 잘리는 대폐를 당하게 된다. 이후 금관가야는 세력이 점차 기울어지기 시작했다.

562년에 신라 장수 이사부가 이끄는 2만 대군에게 가야는 폐한 후 신라에 합병당하고 말았다.


당시 가락국은 금속을 다루는 기술이 특출하였다. 金官(금관) 국  명칭도 쇠를 잘 다루는 나라라고 해서 신라가 붙인 이름이다.

김해 金가의 성 金도 사실은 Gold의 금이 아니라 쇄 '김'이라고 우리는 어릴 때부터 누가 성을 물으면 이렇게 대답하라고 어른들로부터 배웠다.


이곳저곳 돌아보고 서는 마지막으로 기우막(안막)에

있는 식당에 들어가 허기진 배를 채웠다. 하필이면 고향 땅 기우막에서 기우탕(오리탕)을 먹게 되었다. 상경하는 차속에서 곰곰이 다시 생각해 보니 오랜만에 고향에 내려가 고향을 푹 삶아 먹고 올라오는  꼴이 되고 말았다.

어째 기분이 찝찝하였지만 오늘은 추억에 남을만한 즐거운 하루였다.


고향 친구들, 모두 건강하게 살다가 20년 후에도 오늘처럼 다시 또 만납시다.


             2023,11, 20

       물금 나루터 전투는

        이이화의 한국사2 를 참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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