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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 경덕 Apr 06. 2024

봉녕사

  봉녕사


오래전 다니는 교회에서 연로하신 어른들을 모시고 동해안 여행을 갔던 적이 있다. 돌아오는 길에 시간 여유가 있어 잠시 월정사에 들어가서 시간을 보내려고 주차장에 차를 세웠다. 갑자기 동승한 사람들 중에서 원성들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절에 가서 부처님에게 불공을 드리라고 한  것도 아닌데 왜들 그러실까?

한낮의 조용한 산사에 들어가 문화재도 관람하고 차 한잔 마시고 가자는 것뿐이었는데.......

의아해할 필요가 없었다

한마디로 아직도 기독교인들이 버리지 못하는 외식과 가식이었다. 할 수 없이 인근에 있는 이효석 생가로 차를 돌릴 수밖에 없었다.


벚꽃이 한창이다. 오늘은 죽마고우의 결혼기념일이다. 우리 부부가 점심초대를 받았다. 49년 전 1975년 각자 결혼 날자를 정하고 보니 한 주 밖에 차이가 나지 않았다. 그래서 서로의 결혼식에 참가하질 못했다.

친구부부는 독실한 불교 신자다.

서로의 종교를 존중한다. 식사 후 여성 동무들이 벚꽃 길을 걷고 싶다기에 광교수원지로 향했다. 마침 가는 길에 있는 수원 봉녕사가 생각이 나서  차를 급하게 돌렸다. 일전에 소개받고 잠시 둘러본 적이 있는 사찰이다.

수원 도심 경기도청 맞은편에 자리 잡고 있는데 그 규모가 5만 평 이상 되는 대형 도심 사찰이다.

수지에서 25년간 살면서도 이런 멋진 대형 사찰이 가까이 있는 줄은 전혀 몰랐다.

친구도 수원에서 30년 이상 직장생활을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이 절의 존재를 모르고 있었다.

꼭 재물만인가, 이런 것을 두고 횡재라고 한다.

교회 장로가 불교신자인 자기들을 안내해 준다고 더 좋아한다. 주차장에서부터 만개된 벚꽃이 우리들을 반긴다. 도심 사찰답지 않게 주차장에서 소나무

숲길을 300m 이상 걸어 낮은 고개를

넘어가야 본당을 바라볼 수 있다.

도심 속에 파 묻힌 사찰이지만 너무 단정하고

평화롭다. 싱그럽게 올라오는 새순들이 영성을 아니 불심을 자극한다.

경내 배치가 독특하여 안내문을 읽어보니 여기는 비구니들을 위한 승가대학이 함께 자리를 잡고 있다. 그래서 경내가 단아하고 깔끔했었나 보다.

찻집은 현대화되어 있어 여느 고급 카페와 다를 바 없었다. 이 사찰 특유의 단일 한방차도 그 맛이 독특하여 마실만 했다. 경내를 한 바퀴 도는데 40여분이 소요되었다. 오래된 탱화도 보고 특히 본전 앞에 새로이 단장해 놓은 작은 연못과 그 위에 설치된 아취형 돌다리 그리고 연못 속의 작은 분수가 일품이었다. 또 하나 요사채 뒤뜰의 굴뚝도 일품이다.

매주 교회에서 담아보지 못한 자연의 교훈을 오늘은  오랜만에 절에서 가슴 가득히 담아왔다.


     2024,4,6

          수원 봉녕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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