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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 경덕 Apr 27. 2024

나의 모란

    모란꽃 피면

'모란꽃 피는 유월이 오면

 또 한 송이의 꽃 나의 모란

 추억은 아름다워

 밉도록 아름다워

 해마다 해마다

 유월을 안고 피는 꽃

 또 한 송이의 또 한 송이의

 나의 모란'


이른 아침 오죽헌에 들어갔다.

철 이른 붉은 모란꽃이 경내에 여기저기에

피어있다. 돌아 나오다 보니 입구 쪽 작은 화단 한쪽에 흰색 모란꽃이 피어있다. 반가웠다.

가까이 다가가 바라보니 붉은색 꽃보다 훨씬 품위가 있다.

흰색 모란은 '부귀화'라는 모란의 별칭 하고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붉은 꽃을 볼 때는 별로 값어치가 없었던 화투장의 6월 목단만 생각났었는데, 흰색 모란꽃을 가까이 다가가 보니 갑자기 애달팠던  지난날의 추억이 되살아났다.


이 노래의 노랫말처럼 나에게도  애달토록, 밉도록 아름다운 추억이 있었나?  있었다면 그것은 과연 무엇일까?


어느덧 70수를 넘기고 나니 이제는 지난날의 아프고 쓰라렸던 경험들이 하나 둘 아름다운 추억으로 변해간다. 변해진 이 모두가 밉도록 아름다운 추억들이 되었다.


함께 내려온 죽마고우 부부와 아내가 저만큼 떨어진 정자마루에 누워서 쉬고 있다. 우리가 벌써 땡볕을 피해서 정자만 찾는, 그래서 세월을 삭히는 할아버지 할머니가 되어버렸다.


그래, 쉬어가자!

우리의 여생이 얼마 남지 않았더라도  

오늘 하루만큼은 이제 막 시작했으니까

서둘지 말고 쉬엄쉬엄 쉬면서 가자

지난날처럼 바보같이 살지 말고

즐기면서 재미있게 살아보자

이제는 기다리는 사람도 없고

오라고 불러주는 사람도  없다.

다치지 마라고 넘어지지 마라고

걱정해 주는 새끼들 뿐이다.


이제는 힘들었던 지난날 들이  모두 아름다운 추억이 되어  '또 한 송이의 나의 모란'이 되었다.


먼 길을 갈 때면 가끔 자동차 안에서 지루함을 달랠 겸 아내로부터 탈 음치 수업을 받았다. 그렇게 배운 노래 중 하나가 바로 이 노래다. 이제는 음정과 박자를 제법 정확하게 맞추어 부를 수 있다.


노랫말을 읊다 보니  나도 모르게 서러움이 북 바쳐 나왔다.  작은 목소리로  혼자서 가만히 불러보면서 서러움을 달랜다.

스스로 '또 한 송이 또 한 송이의 나의 모란'이 되어 지금의 나의 모란을 가만히 위로해 주고 싶다.


   2024, 4,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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