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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의 의존성

by 김 경덕

-기독교를 믿는 노인을 중심으로-

근년에 들어와 인간의 평균 수명이 빠르게 연장되고 있다. 이 때문에 노년기에 접어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왕성한 사회 활동을 하거나 신체적인 건강을 젊은이들 못지않게 유지하고 있는 노인들이 많아졌다.

각자 지나온 삶의 무게 때문에 다소 차이는 있겠지만 자식들이나 제삼자의 도움을 받지 않고 살겠다는 생각을 가진 노인들이 상당히 많다. 노년기에 남의 신세를 지지 않고 살겠다는 생각은 아마 누구나

갖고 싶어 하는 공통 희망 사항이 될 것이다.

주변에 있는 노인들이 독립성을 유지하면서 계속해서 살 수 있다고 호언장담하는 광경을 자주 목격할 수 있다.

돼 집어 보면 이러한 생각은 자만이요 교만일 뿐이다.


신체 기능이 약화되거나 치매등으로 인하여 자신의 주체성이 현저히 떨어졌을 때 과연 이런 주장을 지속할 수 있을까? 이런 경우 인간의 의존성은 자신의 생각과는 전혀 상관없이 타인에 의해 지배되어 버리고 만다. 노인의 독립성 주장은 허무하게 무너져 버리고 자력갱생의 능력이 거짓임을 스스로 깨닫게 되지만 어떠 도움도 필요 없는 시기가 되어 버린 후다.


그런 의미에서 기독교는 다른 어떤 종교보다 노인의 의존성을 훈련하는 바람직한 종교인 것 같다.

기독교 믿음의 시발점은 우리의 구원이 우리 스스로 성취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전적으로 하나님을 의존함으로써 이루어진다는 의존성에 있기 때문이다. 교회 안에서 이루어지는 가장 의존적인 종교의식은 바로 성찬 예식이다. 예수님의 몸과 피의 상징인 떡과 포도주를 받기 위해 우리는 손을 내민다. 우리 손에는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다. 이때 빈손을 내미는 것은 우리가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한 존재임을 표시하는 가장 기본적인 몸짓이다. 구차스럽지만 구걸하는 행위와 그 모습이 너무나 흡사하다.


기독교적인 관점은 교회공동체는 주님이 머리가 되고 공동체의 각 지체들인 형제자매는 물리적 결합보다는 영적으로 단단하게 결합되어 있다.

빈손으로 서로가 서로를 붙잡고 의지하며, 서로 돕고, 배려하면서 의존적으로 신앙생활을 지속해 나가는 것이 교회의 본성이다.

이러한 교회 공동체는 하나님이 서로가 서로를 의지하면서 신앙생활 하라고 태초부터 창조해 놓으셨기 때문이다.


교회 공동체 안에서 지체인 우리 개개인은 자신의 존재만을 위해서만 살아갈 수도 없고, 그렇다고

자신의 정체성을 잃을 정도로 남을 위해서

만으로도 살아갈 수가 없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기독교 교인들 특히 노년기에 교회를 통해서 하는 신앙생활은 가장 큰 축복이 될 수 있다.

그러므로 교회 공동체 내 특히 노인 공동체는 상호 의존성에 그 기초를 두고 이루어져야 한다.

'오늘의 나 있음을 하나님께 감사하며,

작은 생각마저도 말보다는 행동으로 실천하고,

자신의 과거를 과감히 내려놓고,

서로 돕고 의지하면서,

남의 생각을 존중하면서 나보다 먼저

남의 행복을 추구하는 마음 가짐'이

노년기 신앙인이 가져야 할 가장 바람직한 덕목이라

할 수 있겠다.


행복한 노년의 삶은 항상 상호 의존하며 존재와 변화를 서로 주고받는 리듬이 순조롭게 교차되어 나갈 때 그 열매는 더욱 풍성해질 것이다.


2025,1, 10

윌리엄 윌리몬 저 '나이듦이 아름답다' 에서

부분적으로 몇 구절을 인용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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