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지도
욕지도는 '욕심을 내려놓고 편안함을 찾을 수 있다'라는 의미에서 그 섬 이름이 유래되었다고 한다. 섬 이름의 기원을 찾아 한 발짝 더 들어가 보면, 이조 중기 어느 가난한 한 선비가 이 섬에 들어왔다. 그는 육지에서의 삶이 호구지책이 어려울 정도로 가난하였던 선비였다.
섬에 상륙하고 보니 기후가 온화하여 이 선비 눈에는 여기가 사철 주거하기에 별 무리가 없어 보였다. 둘째는 규모가 작은 섬 치고는 산세가 다소 높고(392m) 해안가는 절벽이 많았지만 경작할 땅이 충분하였으며 또한 비옥하였다. 셋째는 조석으로 변하는 자연경관이 혼자 눈에 담기에는 너무 아까울 정도로 수려하였다.
이에 더하여 바닷속은 시와 때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먹거리를 제공해 주는 만능 식품 창고와 같았다.
그래서 이 선비는 섬에 눌러앉아버렸고 동시에 욕심도 날려 버렸답니다. 명예욕도, 권세욕도, 재물욕도..
그리고 난 후에 이 섬에서 마음 편하게 살았겠지요.
한참을 이 섬에서 살다가 다시 육지로 나갔답니다. 오랫동안 소식이 없었던 친구가 나타나니 친구들이 궁금하여 물었지요.
'어디 갔다 왔느냐?'
'??'
'욕지도에 살다 왔다.'
이후 이 섬에 한나 둘 사람들이 들어와 살기 시작하였고 모두 갈매기의 친구가 되었답니다.
오랫동만 이 섬을 기리다가 오늘은 아침바다 갈매기의 안내를 받으면서 통영 미륵도에서 이곳으로 들어왔다. 물안개가 자욱이 내려앉은 호수 같은 다도해 위를 미끄럼 타듯이 편안하게 즐기면서 들어왔다.
섬이 가까워지니 인간이 쳐 놓은 욕망의 방파제가 제일 먼저 눈에 들어왔다. 갑자기 생각이 바뀐다.
어떻게 하면 저 방파제를 넘어가서 오늘 하룻밤의 욕망을 다 채우고 나올 수가 있을까?
생각대로 따라가 봅니다.
어떤 욕망도 채울 수 있다는 섬, 욕심을, 욕구를,
그 욕망들을 채워보려고 욕지도에 들어갑니다.
욕망 앞에는 대한의 겨울바람도 차갑지 않습니다.
바다는 호수같이 평온한 얼굴로 내 몰라라 합니다.
선착장에 내리자마자 급한 발길로 맞은편에 자리한 고개를 서둘러 넘어갑니다. 수평선을 저무는 하루 해가 우리를 반기기보다는 등을 돌리며 앞서갑니다.
지는 해를 잡을 수 없는데도 아직도 못다 한 욕심만은 놓치기 싫습니다.
지는 노을에 멍을 때리다가 지나 온, 못다 한 욕망의 뒤안길을 돌아보니 쓴웃음이 절로 나옵니다.
이 모두가 허공을 향해 헛 손질한 허수아비의 춤들이었습니다.
내리막 길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무거운 욕심들을 하나씩 내려놓습니다.
빈손으로, 빈 마음으로 내려갑니다.
오늘이 가벼워지며 내딛는 발길마저도
더 가볍게 느껴집니다.
2025,1,20
욕지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