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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잠

by 김 경덕

겨울잠


동해선 포항 - 강릉 구간이 복선 전철화 되어 22년도 말에 개통되었다. 진즉 한번 타 보고 싶었지만 미루어 오다가 해를 두 번이나 넘겨 버렸다. 이 나이에 뭐가 그리 바쁘다고, 남도에 봄기운이 깊어가는데 아직도 서울은 눈발이 오락가락한다. 고뿔로 드러누워버린 아내를 혼자 두고 떠난 길이라 미안한 마음이 제법 무거웠다. 서울-부산 다시 늦은 시간에 해운대 - 포항 열차를 타고 포항에 들어가니 밤 11시다.

일출을 볼 수 있다는 전망 좋은 방을 조금 무리해서 선택을 했다. 새벽에 이곳 죽도 시장에 들어가 눈요기로만 배를 채우고 오전 11시에 드디어 새로 개통된 강릉행 ITX에 몸을 실었다.

지나가는 역 이름도 생소하다. 월포, 후포, 강구, 영해,

평해, 고래불등 대부분 바다와 연관된 이름들이다.

삼척을 지나니 드디어 역 이름도 친숙해지고 지형도 에 익었다.

창가에 잠깐씩 나타났다 사라지는 동해가 봄이 되니

더 깊고 푸르게 보인다. 남쪽 바다에서 올라온 봄이

이제 막 판을 펼치고 그 위에서 춤울 추는 것 같다.

바다 그리워, 깊은 바다 그리워, 꿈속을 헤매다가

오늘 드디어 동해선을 타고 봄 바다 위를 나르며

나도 덩달아 춤을 춘다.



겨울잠


그대,

깊은 겨울잠에서 깨어났는가?

아직도 깊은 잠을 자고 있는가?

눈 녹은 시냇물이 이렇게 시린데


길이 끝나는 곳에도 길이 있고

사랑이 끝나는 곳에도

사랑이 또 있다고 하지 않았나


그대,

얼렁 깊은 잠 털고 일어나서

저 푸른 하늘 길을 따라가 보게나

봄길이 벌써 저만치 앞서가고 있다네

고래불도 보이고

갈매기를 따라 날아가는

대게도 홍게도 보인다네

고등어 방어도 날아 보려고

애쓰는 모습이 안쓰럽기까지 하구나


그대,

아직도 겨울잠을 자고 있는가?

좌판에 퍼져버린 저 미련한 아구처럼

햇살이 이렇게 두꺼워져 있는데,,,


202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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