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놀이 민족
또 날씨가 심술을 부린다.
이번 주말에도 비바람이 몰아쳐
꽃놀이 기회를 훔쳐가 버렸다.
봄 특수를 놓쳐버린 상인들의 탄성이 T.V 속에서 들려온다.
우리 민족을 '백의민족'이라고 한다.
알마 전부터 '배달민족'이라고 하나 더 추가되었다.
옛날부터 추가하고 싶었지만 우리 스스로가 자제한 것이 하나 더 있다.
'놀이 민족'이다.
우리는
봄에는 꽃놀이,
여름에는 물놀이,
가을에는 단풍놀이,
겨울에는 이상하게 눈 놀이보다는
불놀이를 더 좋아했다. 십여 년 전 정월 대보름 날 황악산에 쥐불놀이 구경간 관광객 몇 명이 희생되었다.
그 후 쥐불놀이가 금지되어 지금은
겨울철 불놀이가 잠잠해졌다.
인간이 자연을 지배를 한다고 하지만
때론 자연현상이 인간의 상상을 타고 넘는다.
항상 최종 승리자는 자연이 된다.
겨울철 인간의 불놀이에 고통을 받던
산야가 이제는 스스로 자기 몸에 불을 놓아
자학하며 인간을 위협하고 있다.
다시 봄 꽃놀이로 떠나보자.
조금 더 격 있는 봄꽃 놀이의 비법을 어느 한량이 이렇게 묘사해 놓았다.
'매화는 반쯤 핀 꽃이
벚꽃은 만개한 꽃이
살구꽃은 멀리서 보는 꽃이
배꽃은 가까이서 보는 꽃이
더 아름답다'라고 하였다.
주말에 몰아 친 강풍 때문에 벚꽃들이
회초리를 맞은 듯 모두 길바닥에 나가
떨어져 얼굴을 감추고 있다.
안쓰럽다
아직도 가지에 매달려 있는 목련꽃이 상처를 입었다.
상한 얼굴이 변색이 되어 보기에도 애잔하다.
갑자기 이 나라 정치인과 권력자의 얼굴들이 꽃잎
속에 중첩되어 나타난다. 국민들의 질타를 받고
떨어진 낙화가 다시 비상할 꿈을 꾸고 있다니 더욱 그러하다
'이 강산 낙화유수 흐르는 물에'
모두 훌러 가 버기를 바란다.
이제는 배꽃 차례다.
'이화에 월백하고 은한이 삼경인데
일지춘심을 자규야 알랴마는
서산에 해지다 하니 이를 서러워
하노라'
서러워하기는커녕 아직도 겨울잠을 자는 이를 제외하고 많은 들 꽃이 만세를 부른다. 진달래, 남산제비꽃, 봄맏이꽃, 얼레지, 심지어 흔하디 흔한 민들레까지 만세를 부른다
민들레는 신이 나면 하늘 높이 날아 춤까지 춘다.
배꽃을 까까이 다가가서 보면 흰 꽃잎 한가운데 은은하게 파란색이 들어있다. 자세히 바라보면
참 청초하고 맑은 기운이 느껴진다.
이 계절에 이 나라에도 배꽃과 같은 새로운 지도자가 우리에게 다가오기를 기대해 본다.
이번 주말에는 필히 배꽃 놀이를 나가서 당신 같은 지도자가 탄생하기를 다시 기원해 보고 싶다.
2025,4,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