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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티나무

by 김 경덕

느티나무


살고 있는 아파트 단지는 규모가 제법 크다.

천여 가구가 터를 잡고 있어 단지 규모가 3만 평은 족히

넘을 것 같다. 단지를 좌우로 가로지르는 중앙로에 명품 가로수 길이 있다. 입구에서부터 약 200m 남짓한 약간의 오르막 경사가 있는 직선 도로다. 도로를 따라 심어 놓은 가로수가 이제는 완벽터널이 되어 있다. 이 터널 가로수 길은 봄에는 눈부신 신록으로,

여름엔 짚 푸른 녹음으로, 가을엔 때깔 고운 단풍으로,

겨울엔 민낯을 들어내고 우리에게 따스한 햇살을 내려보낸다.


이 가로수 수종은 느티나무다.

그동안 잘 가꾼 탓에 25여 년 해가 넘어가니 모두 다 믿음직한 성인이 되어 있다.

오늘도 이른 귀갓길에 지친 몸으로 단지에 들어서니

신록의 가로수가 나를 기다리고 있다. 고개를 드니

올려다 보이는 가로수가 얼굴을 내밀고 반가운 인사를 한다. 떠나버린 지식들, 손주들을 대신하여 고개를

꾸벅이기도 하고 어떤 녀석들은 손을 가볍게 흔들며 인사를 한다.

고맙다. 얘들아!

말은 들리지 않지만 너희들의 향기를 쟁쟁하게 들을 수가 있구나.


좌우로 하늘을 향해 맞잡은 손들이 아직은 조막손이다,

조막손들이 서로 마주 보며 희망의 악수를 하고 있다.

내민 손들이 모두 다 이쁘고 건강해 보인다.

여기도 질서가 있고 전후좌우의 순서와 규율이 있다. 양보도 있고 화합과 조화도 있다.

비람이 일 때는 노래도 하고 춤도 춘다.


이제 얼마 더 있으면 너희들의 조막손이 자라

하늘을 덮겠지,

나 같은 늙은이의 지친 발걸음을 가볍게 해 주려고.....

날이 더운진 훗날 다시 이 길을 오르내릴 때 네가

만들어준 그늘로 땀을 식히여 다시 너희들에게 고맙다고 인사를 하마!

2025,4,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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