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돌목을 건너
이유는 묻지 마시라.
고삐 풀린 광천 이 씨 여인 넷을 에스코트하여
오늘은 남도 끝자락 진도까지 내려왔다.
계절의 여왕 5월 중순이라 눈에 들어오는 산야의 신록이 싱그럽다.
천리포 수목원에서 1박, 진도 남단에 있는
Sol Beach에서 1박 , 전체 2박 3일의 짧은 일정이다.
함께한 여인들이 이구동성으로 남들이 우리를 보면 부러워할 것이라고 한다.
복 많은 한 남자가 네 여인을 거느리고 다닌다고....
그게 아닌데, 착각들 하고 있나 보다.
사실은 무척 고달프다.
여자도 여자 나름이지,
직위와 세수 모두가 내게는 만만치 않다.
직위로는 두 처형에, 한 처제 그리고 불통 마누라,
세수로는 80, 78, 74, 69로 고만 고만한 초노와 중노의 노인들이다.
80줄이 코 앞인 노인이 하루 종일 운전대를
잡았다. 돌고 돌아 목적지에 도착하고 나니
'욕봤다'는 말 한마디뿐이다.
은근히 기대했던 팁은 한 푼도 없었다.
막걸리 한잔마저도 스스로 주문하여 해결할
수밖에 없었다.
오가는 차속에서는 웃음꽃이 연속으로 터졌다.
Tip 대신 웃음꽃을 받기로 마음을 돌렸다.
이곳에 사는 자매들끼리는 가끔 함께 나들이를 나갔다.
이번 여행은 오랜만에 미국에서 귀국한 막내가 합류하게 되어 더욱 요란스러웠다.
막내는 오가는 길 내내 기쁨조장 역할을 하였는데 내가 보기에는 사이비 교주 같다.
신학 교수들 모두가 은퇴 후에 모두 이렇게 타락(?)해 버렸으면 좋겠다는
생각마저 들게 만들었다.
훗날 천국에 올라가 천국문을 지키고 있는 베드로가
'당신은 세상에서 무엇을 하다가 왔나요?' 하고 묻는다면,
나는 이렇게 대답하고 싶다.
'열심히 놀다가 왔습니다.
조물주 솜씨가 얼마나 훌륭한지 이곳저곳 두루 살펴보고 왔습니다.
왠지 조물주로부터 야단은 맞지 않을 것 같다.
생각을 조금 비화시켜 보니 어쩌면 잘했다고 칭찬받을 것 같기도 하다.
은퇴한 늙은이의 일상 중 누구와 더불어 함께 하는 여행은 대단히 소중하다.
방종도 유희도 아니고 더더욱 낭비가 아니다.
남은 여생을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활력소이기도 하지만
근본적으로 이것 자체가 노년을 값어치 있게 한 삶의 일부다.
오랜만에 웃음보를 맘껏 펼쳐 보인 즐거운 가족
나들이였다.
2025,5,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