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 좋은 밤
대리 만족이란 단어가 새삼스럽게 각인되는 날이다. 아니 자식의 경사는 바로 나의 경사이기 때문에 이건 대리 만족이 아니다.
수년 전 딸년이 J 일보 기자 선발 시험에 최종 합격했다는 소식을 골프 라운드 중에 들었다.
소식을 듣자마자 살짝 흥분되어 친 볼이 그만 홀인원이 되고 말았다. 우연치고는 겹친 경사가 너무 가팔랐다. 어지러울 지경이었다.
오늘 저녁은 아들놈이 사법고시에 최종 합격했다는 급전이 날아왔다.
아내는 조갑증을 못 이겨 기도를 핑계 삼아 시골에 있는 동생네 교회로 피신 중이다.
혼자 집을 지키다 반가운 소식을 들었다.
이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하나?
그냥 멍멍할 뿐이다.
지인들에게 자랑하기에는 밤이 너무 늦었다.
냉장고를 뒤져봤지만 흥분을 가라앉칠 만한 뭐가 보이지 않는다.
좋은 일은 서로 손바닥을 마주쳐야
소리가 나지 혼자서 아무리 허공을
휘져어 봐도 소리가 나지 않는다.
차라리 집 앞 호프집에 나가 한 잔 기울어 볼까?
아니면 내일 골프장에 나가
다시 홀인원을 기대해 볼까?
아무튼 기분 좋은 밤이다.
이런 밤은 내 남은 여생에서
다시는 오지 않을 것 같다.
2011, 10, 26
벌써 14년 전 일이다.
Facebook 이 기억을 되살려 주어서
몇 자 첨가하여 다시 띠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