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화도(蓮花島)

by 김 경덕

연화도


20161118_090409.jpg?type=w1


연화(蓮花)는 佛家의 꽃이다.

가람의 단청들은 모두 연꽃 문양을 기본으로 그려지고 채색되어 있다.

심청이도 연꽃을 통해 극락에서 이생으로 환생을 하였다고 하지 않는가?

이런 연꽃 한 송이가 다도해 먼바다 위에 커다랗게 피어있다.

이름하여 "蓮花島" ,

충무에서 뱃길로 한 시간여 미륵도 서남쪽 욕지도 바로 앞에 다소곳이 잡고

있는 작은 섬이다.

진작 여행 후보지로 작정을 해놓고 가는 길과 섬 일주 약도를 수첩에 옮겨

놓은 지 근 10여 년, 방문할 기회가 우연히 찾아왔다.

초등학교 동창생들을 오랜만에 한낮에 함양에서 재회를 하기로 한 후 당일

묵을 숙소를 어디로 정할까 망설이다 통영으로 낙점을 해버렸다.

다음날 오전 일정이 마땅치 않아 궁리를 하던 중 오랫동안 묵혀두었던 연화도가

떠올라 이번만은 꼭 가보아야겠다는 마음에서 선편까지 미리 예약을 해 놓았다.

전날 동창들과 함께 싱싱한 해산물 안주로 기분 좋게 마신 곡차를 핑계로 복국으로

아침 해장을 한 후 터미널에 들어서니 아침 9시도 채 되지 않았다.

갑판에 올라서니 늦가을 아침 해풍이 기분 좋게 온몸을 감싸고돌았다.

미륵도와 한산도 사이를 빠져나가는 안화도 행 뱃길은 피어오르는 아침

해무 덕분에 고요가 더 깊어 보였다.

10시 40분 욕지도를 등에 진 연꽃 섬을 심청이와는 반대로 이 생에서 극락의

세계로 들어가는 마음으로 조용히 첫발을 내려놓았다.

오랫동안 마음속에 동경을 하며 그려놓은 약도가 머릿속에 선명하게 떠올라

안내도를 볼 필요도 없이 바로 연화사로 발길을 옮겼다.

佛子 들인 동창들은 절로 들어가고 우라 부부는 보덕암으로 가는 언덕길을

가쁜 숨을 몰아쉬며 바로 올라갔다.

"와!"

능선에 올라서니 눈앞에 펼쳐진 다도해 풍경이 마치 세파에 지쳐서 눈 속에

끼어든 녹내장을 일시에 사라지게 하는 것 같은 그런 기분이 들게 했다.

현재의 위치를 가름해보니 두 번째 정도 연꽃잎 속에 들어와 있는 것 같다.

오른쪽은 연화봉 왼쪽은 연꽃의 줄기 부분인 龍 머리 해안이 길게 바다

물속에서 솟아 나와 太古의 氣를 연화도에 불어넣어주는 形狀이다.

암 수술 중간 부분에 자리 잡은 보덕암은 기대와는 달리 5층 높이의 시멘트

구조물 위에 지어져 있어 오르지 않고 멀리서 바라보기만 했다.

대신 그지없이 아름답고 평온한 다도해 아침 바다를 감상하며 용 꼬리

부분으로 따라 내려가기 시작했다.


"주 하나님 지어 신 모든 세계

내 마음속에 그리어 볼 때

-----

주님의 권능 우주에 차네."

정말 조물주의 음성이 바람을 타고 귓가에 우렁차게 들려오고 있는 것 같았다.

오솔길을 따라 조심스럽게 내려가니 연화도에서 최고의 해안 풍경을

내려다볼 수 있는 자리에 벤치 하나가 조용히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도 그 기다림에 포함되고 싶은 마음에서 잠시 쉬어가기로 했다.

자리에 앉아서 먼바다의 평화롭고 기막힌 풍광을 산 위에서 내려다보았다.

흐리던 하늘이 점점 맑아지면서 한낮의 햇살이 찬란한 은파를 만들어

먼 지평선으로부터 내 발밑까지 끝없이 내게로 보내주고 있었다.

갑자기 귀하고 높은 왕좌에 앉아 있다는 착각에 빠질 정도였다.

이 자리를 남에게 양보하지 말고 오래오래 앉아있어야겠다는 마음이

점점 커지기 시작했다.


즉석에서 smart-phone에 올린 message를 옮겨본다.


20161118_111805.jpg?type=w1

"연화도 용머리 해안을

가장 잘 내려다볼 수 있는

자리에 놓여있는 흰 Bench

서울에서 차로 5시간

통영에서 배로 한 시간

또다시 험한 산길을 돌아가다

발견한 빈자리

잠깐 앉았다가 일어났습니다.

다음에 앉을 사람을 위해서입니다.


대통령이란 자리도 이렇게

힘들게 차지했을 겁니다.

쉽게 일어나기가 쉽지 않겠지요

이제 그만 일어나시지요

꼭 비가 오고 눈보라가 쳐서만 일어나나요?

다도해의 성난 파도가 덮치기 전에

조용히 일어나면 안 되나요?

아직 날씨가 좋잖아요.


오늘 저녁은 또 어떤 파도가

이 나라를 덮치고 지나갈지

걱정이 점점 높아가네요.


70 풍상 동안에 속세의 못다 한 아쉬움, 안타까움을 연꽃 속에 묻어두려고

연화도를 찾은 보람이 있었다..

갖은 세상사에 더럽혀진 눈 속의 티끌들은 잠시나마 씻을 수가 있었다.

그 대신 오늘날 어지러운 이 나라 정치 난국의 하릴없는 걱정만 가슴속에 더

깊이 안고 돌아와야만 했었다.


언제 이 나라 이 강산에 더 맑고 깨끗한 아침해가 다시 떠오르려나?


2016년 11월 21일


1박 2일 수환 부부, 명의





keyword
작가의 이전글19년 가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