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오는 소리
벌써 경칩이 지났다.
나이가 찬 후부터 시샘 추위가 싫어 안방에서 봄소식을 듣고 있다.
밤새도록 소리 없이 봄비가 내린다.
오랜만에 들어보는 봄이 오는 소리다.
한 밤중에 간간히 창 너머로 들리는 낙숫물
소리가 잠을 설치게 한다.
봄처녀가 조심스레 언 땅을 즈려밟고 오는
발자국 소리다.
여기는 양평 모새골이다.
날이 새기 전에 채비를 하고 동산에 오른다.
봄비가 빗어 놓은 물안개가 목화솜이불처럼 동산 위에 덮여있다.
날이 점점 밝아 오니 서서히 군무를 시작한다.
마치 한 마당을 펼치는 승무처럼 나르는 선이
곱고 부드럽다. 바라보는 내 숨이 거칠어서인지 가까이 다가오려고 하지 않는다.
꽃신은 아직도 신지 않았지만 겨울옷을 입은 나뭇가지에 온기가 느껴진다.
가까이 다가가니 꽃다발을 내게 내민다.
수줍은 듯 고개를 둘리고 작은 꽃다발을 내게 내민다. 아직도 새벽 공기가 차가운데....
봄비를 머금고 세상에 나온 새 삯들이다.
여기저기서 얼굴을 내밀고 있다.
일제히 입을 열고 노래를 시작한다.
마른 나뭇가지 하나를 줏어들고 지휘를 하기
시작했다.
각각의 여린 목소리가 합창이 되어 언덕을 타고 넘어 푸른 하늘로 날아간다.
들리나요? 이 봄이 오는 소리를?
들었나요? 이 봄의 합창 소리를?
2026, 3,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