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비 야마

by 김 경덕


히비 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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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은 기다리는 계절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가을은?

가을은 앉아서 기다리기만 하면 그냥 지나가 버린다.

밖으로 나가서 길목을 지켜고 있어야만 잡을 수가 있다.

그래서 칠순 초입에 맞이하는 이 가을을 한 손에 쥐어 보려고 동해항에서 일본 사까이 미나토 항으로 떠나는 밤배에 무리하게 몸을 실었다.


이상하게도 부산 촌놈(?)들은 바다를 바라보기만 해도 곡차 생각을 하게 된다. 상 갑판 위로 불어오는 가을 소슬바람과 백복령에서 떨어지는 붉은 낙조가 장관이다. 취흥을 돋우기에 충분한 분위기였지만 한두 잔으로 자제를 해야만 하는 용기가 필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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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시간이나 걸린다는 다음날 산행이 걱정이 되었기 때문이다.

예전에 객기가 꼭지에 차 있을 때는 이 정도 산행은 대수롭지 않게 여기면서 남의 산행까지도 간섭하는 허세를 부렸는데 이제는 나이 탓인지 남

걱정보다는 내 걱정이 앞선다.

입국은 돗토리 현으로 했지만 올라가야 할 산은 히로시마 현에 속해 있었다,

산행 시점이 일본 열도 중부 한가운데인 시마네현과 히로시마현 경계 지점이라 차로 두 시간은 들어가야 하는 곳에 위치하고 있었다.

정오가 넘어서야 일행은 산행 시점인 熊野神社에 도착을 할 수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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겁먹은 늙은 곰(?)은 무거운 짐은, 심지어 비상 우의까지, 모두 내려놓고 비상 옷가지 몇 점만 달랑 배낭 속에 넣고서는 신사 앞에서 기다리는 일행 속으로 슬그머니 끼어들었다.

산행 시 심한 오르막길이 있거나 힘이 부칠 때는 마음속으로 카운트를 하는 버릇이 있다. 늘어선 일행 가운데쯤 자리 잡고 앞뒤 속도를 조정하면서 2000번 정도를 세고 나니 안부에 겨우 올라설 수가 있었다.

중간쯤에 끼어 들어서서 호흡을 조정하느라 산행 속도를 줄였더니 평소에 산을 잘 타지 않았던 할머니 동무들도 다행히 쉽게 따라와 주었다.

약간 가파르기는 했으나 가이드의 사전 협박보다는 비교적 쉬운 산행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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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시간 50여 분 만에 龍王山(1256m) 정상에 올라 메고 온 도시락을 펼쳐 놓으니 일본식 오벤또 다운 깔끔하고 정갈함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마파람에게 게 눈 감추듯 후딱 해치우고 나니 그제야 주변 풍광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사방으로 보이는 능선은 여러 겹으로 명암이 뚜렷하나

높낮이는 거의 비슷하고 차분한 느낌이다. 그래서인지 지금 자리한 이 봉오리도 일부러 밀어버린 것처럼 평평한 500여 평의 초원으로 이루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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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창한 날씨에 내려다 보이는 일본 열도는 너무나 조용하고 차분하다.

부끄러워서 고개를 숙이고 얼굴을 감추고 있는 듯한 모습이다.

한나절 내륙으로 가로지르며 바라본 이 땅의 모든 것 심지어 사람까지도 모두 부끄러움을 많이 탄다는 인상을 받았다.

산세는 높지는 않으나 계곡은 깊고 어두우며 부끄러움을 감춘 듯 숲 속에

숨어 있었다.

치부를 일부러 감추고 있는 듯 쉬이 들어내기를 두려워하는 모습들이다.

집은 낮으며 거의 동일한 검정 계통의 짚은 색깔로 창은 모두 흰 커튼으로 내부가 가려져 있다. 서로가 부끄러워 이은 지 밀집되어 있지를 않고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이 웃살 이를 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자동차도 모두 고만 고만한 소형차들로 부끄러움을 가득 안은 듯 좁은 길을 조심스레 달리고 있다.

간판 등 조형물도 화려하지가 않고 가만히 제 모습만 겨우 들어내 놓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심지어 가장 눈에 띄어야 할 주유소마저도 근처에 가까이 다가가야만 겨우 찾을 수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이런 조용하고 부끄러움을 많이 안은 산야에 뿌리를 내린 영혼들이 어쩌면 한 번도 아닌 두 번씩이나 우리 민족을 그다지도 무자비하게 짓 밝았었을까?

그리고 아직도 사과 다운 사과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을까?

산을 내려오면서 이런저런 생각들이 머릿속을 떠나질 않고 맴돌고 있었다.

다음날 아침 새벽 목간통 안에서 얻은 결론은 결론은 어 외로 간단했다.

'부끄러움이 많은 자는 사과도 부끄러워서 할 줄 모른다.'

'그래서 부끄러운 짓을 또다시 할 수 있겠다는 개연성이 충분히 있겠다'

는 결론을 내리며 이 문제는 그만 내려놓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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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기자!

이번 여행은 가성비가 높다고 동행한 일행들이 다들 한 마디씩 했다.

히바야마 등산 후 묵은 Taishakukyo(帝釈峡) 휴가촌은 기대 이상이었다.

숙소도 깔끔했고 종업원들의 서비스도 아주 만족스러웠다.

저녁과 아침 뷔페도 여느 도시의 큰 호텔 못지않게 다양한 먹거리가 산행으로 허기진 우리들의 뱃속을 채워주었다.

숨어있는 듯 숲 속에 자리한 호텔은 다음에 한 번 더 찾아와 며칠간 아무것도 하지 않고 묵고 싶을 정도였다.

전날 배 위에서 자제한 곡차를 이 밤만은 맘 놓고 꺾고 싶었는데 다들 지쳤는지 온천 후 돌아보니 방마다 조용들 했다.

귀하게 모셔온 중국차를 한번 쓰다듬어 주며 돌아가는 선상에서나 새판을

벌려보기로 다짐하다가 나도 모르게 깊은 잠 속에 빠져들고 말았다.

龍王山(1256m) - 池의 段 (1279m) - 立鸟帽子(1299m) 히비야먀(1256m) 4 연봉을 모두 통과하면 6시간이 걸리지만 가운데 봉 立鸟帽子 봉을 통과하지 못하고 우회하여 4시간 반 만에 하산한 것이 조금 아쉬움으로 남는다.

함께한 일행은 윤 **부부, 황**부부, 김기*, 성**, 하사 장부부, 박사 장부부

이렇게 모두 12명이었다.

-다음에 한번 더!-

2016년 10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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