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릉도(2)
예나 지금이나 전복은 귀한 보양 식품이다.
잦은 병치레로 인해 소싯적 나의 체력은 무척이나 허약했었다.
그때마다 갯가에 사셨던 외할머니께서 공수해온 전복으로 약해진 체력을
보강할 수가 있었다.
비교적 이른 나이에, 중학교, 고향을 떠나면서 이 귀하고 값비싼 전복은
자연스레 나의 먹거리에서 멀어져 버렸다.
66년도 여름 봉사 활동으로 들어간 울릉도의 한 어촌 마을에서 이 귀한 전복을
원 없이 먹을 수 있었다. 심지어 먹다 남은 전복을 말려서 고향집으로 가져가
부모님께 선물하는 호사도 누렸다.
오솔길뿐이었던 당시 죽암 마을과 천부 사이 외진 바닷가 산비탈에 임시로 설치한
움막집에서 해녀들이 살고 있었다.
여름 한 철 이곳에 들어와 물길질을 하여 돈을 모은 후 가을이면 고향으로
돌아가는 해녀들이었다.
마을에 빈방도 많이 있었는데 왜 해녀들에게 방을 빌려주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주민들 왈
"저년들이 마을 남정네들을 모두 동서로 만들어 놨어"
이런 연유로 마을에서 쫓겨나 자기들끼리만 생활을 하고 있었다.
안타깝기도 하지만 웃을 수만 없는 기막힌 사연이기도 했다.
어느 날 오후 해녀들과 가까이하지 말라는 주민들의 조언도 무시하고 혼자서 해녀들이
사는 움막을 찾아갔다.
봉사 활동용으로 가져간 구제품 중 옷가지 몇 점을 들이고서였다.
"아주머니들 뭐 잡으셨어요?
대답은 하는데 너무나 심한 사투리라 잘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커다란 성게를 잡아 셋이서 둘러앉아 성게알을 분리하고 있었다.
바로 소금에 절려 '우니' 즉 성게알 젓갈을 만들어 놓으면 한 한 달에 한 번 수거해가는
사람이 와서 가져간다고 하였다.
전부 일본으로 수출을 한다고 자랑까지 하였다.
조금 대화가 익숙해지자 가져간 옷가지를 내어 놓으니 답례로 커다란 전복 몇 개를
망태에서 끄집어내어 주었다.
"전복이 많나요?"
"많아."
"왜 안 잡나요?
"돈이 안돼"
다시 이곳에서 살아있는 생물의 유통 경로가 없었다.
이 마을에서 도동까지 배로 2시간 반 도동에서 포항까지는 한나절,
그래서 살아있는 전복은 돈이 되지 않고 먹고 남은 큰 전복 껍데기만은
나전칠기 용으로 그나마 돈이 된다고 하였다.
그러고 보니 움막 옆에 제법 많은 전복 껍데기가 쌓여 있었다.
전복도 얻어먹고 이야기를 나누는 재미로 며칠을 오후만 되면 찾아갔다.
"아주머니 하루에 얼마나 버나요?"
보통날은 이천 원, 날씨가 좋으면 삼천 원
"아주머니 저가 이천 원 드릴 테니 한나절만 전복을 잡아주시겠어요?"
그렇지 않아도 찬거리를 살 돈이 떨어졌다며 쾌히 승낙을 해 주셨다.
다음날 오후에 올라갔더니 금방 잡아온 전복을 보여 주셨다.
시커먼 그물 망태에 전복이 가득 들어 있었다.
전부 3관(3.75kg/관)이라고 했다.
그날 저녁 함께 이 마을에 들어간 농활 대원 6명이 원 없이 먹었는데도 반 이상이나 남았다.
남은 전복은 머물렀던 교회의 노 사모님의 배려로 끓는 소금물에 살짝 데친 후 오징어처럼
갯바람에 말려서 집으로 가져올 수가 있었다.
말린 전복인데도 40cm 정도 길이의 대나무 꼬치가 6개나 되었다.
하루는 친해진 해녀들을 따라 직접 바닷물 속에 들어갔다.
수영에 자신 있는 농활 동료 정*와 함께 마을에서 약 300m 정도 떨어진 대섬으로 향했다.
밖에서는 보이지 않았던 큰 섬과 작은 섬 사이의 조류로 인해 건너가는 동안 많이 지쳐 버렸다.
이 섬은 사방이 하도 가팔라서 올라가서 쉴만한 장소가 전혀 없었다.
한 해녀의 도움으로 겨우 엉덩이만 올려놓을 수 있는 장소를 찾을 수가 있었다.
한숨을 돌리고 나니 해녀 한 분이 제법 큰 문어를 한 마리 잡아 와서는 조금 있으면 물때가
더 세어지니 이걸 가지고 먼저 나가라고 하였다.
얼마를 더 쉰 후 이 살아있는 문어를 한 손에 쥐고 다시 수영으로 마을로 향해 나가기 시작했다.
얼마 나가지 못해서 그만 지치고 말았다.
물살이 점점 세어지니 한 손으로는 앞으로 나아가지가 않았다.
귀한 문어를 그냥 바닷속에 버리기는 아깝고,,,,,,,
급한 김에 수영 펜티 속에 통째로 집어넣어 버렸다.
지금 같은 스판 수영복이 아니라 면으로 만든 반바지 수영복이었다.
수영복 속에 집어넣은 문어가 꿈틀거리든 말든 우선 물 밖으로 나가는 것이 급선무였다.
정말 죽을힘을 다해 마을 앞까지 헤엄을 쳐서 나온 후 너무
지쳐서 그만 큰 大 자로 드러누워 버렸다.
지쳐서 누워 있는 내 수영복에서 살아서 기어 나온 문어 한 마리,
이를 지켜본 선배 여학생은 지금도 나를 보면 그때 일을 생각하며 웃음을
참지 못한다.
아직까지도 살아있는 문어만 보면 사타구니 속에서 꿈틀거리던 그때의 촉감이 너무나
생생하게 느껴진다.
"다시 한번 더 시도해볼까?
P.S 위의 사진이 수영을 하여 겁 없이 들어갔던 섬
2016년 10월 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