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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터키의 정세가 불안정했던지 머무는 동안 여러 곳에서 시위를 하는 모습이 목격되었다.
우리 같은 초보자는 여행지가 이런 분위기면 왠지 초조해지고 불안해진다.
충분한 시간 여유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서둘러 호텔을 Check-out을 하였다.
블루 모스크(소피아 성당)를 잠깐 돌아볼 시간도 남아 있었지만 모두 접고
바로 공항으로 향했다.
전 날 만났던 피 초청자가 꼭 늙은 고릴라 같은 표정을 하고서는 나에게
넌지시 던진 묘한 질문,
"Where is your life money?"가
공항을 향하는 동안에도 계속 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고 맴돌고 있었다.
서둘러 출국 수속을 하고 대기실에서 탑승을 기다리고 있는데 갑자기
앞 의자에서 '퍽'하는 소리가 들렸다.
놀라서 쳐다보니 40대 중반의 남자가 챠드로 입고 곁에 앉아 있던 자기 부인인
듯한 여자의 따귀를 사정없이 올려붙인 것이었다.
터키에 대한 묘하고 씁쓸한 억 감만 앞뒤로 교차하기 시작했다.
이래저래 우리 부부는 터키에 대해서 좋은 인상을 남기지 못 한채
"이스탄불이여 안녕 "이라는 비교적 짧은 작별 인사만 하고는 취리히로 날아올랐다.
잠깐 눈을 감았었는데 기체가 하강하기 시작했다.
기내 방송을 자세히 들어보니 우리는 제네바를 경유하여 취리히로 가는
비행기에 탑승하고 있었다.
경유지인 제네바 공항에 착륙한다는 안내 방송이었다.
얼른 준비한 구라파 지도를 펼치고 자세히 들여다보니 내일 가기로 마음속에 작정해
놓은 파리가 취리히보다는 제네바가 훨씬 가까이 위치하고 있었다.
"여보, 내리자"
결정은 빠를수록 좋다.
어리둥절해하는 아내의 손을 잡고 서둘러 비행기를 빠져나왔다.
자유여행의 무한한 자유를 만끽하기 위해 짐은 메고 들고 다니는 것만을 꾸렸기 때문에
행선지 변경에 따른 위탁 수화물에 대한 부담은 전혀 없었다.
입국 절차를 밝고 있는데 우리를 찾는 PAGING 방송이 여러 차례 들려왔다.
"This is finall call. Mr. kim,,,,,, and ,,,,,, "
죄를 짓지도 않았는데 죄인이 된 듯 고개를 본인도 모르게 고개를 깊이 숙이고는 서둘러
제네바 국제공항을 빠져나왔다.
약간 긴장되고 음산하기까지 했던 이스탄불, 이곳 제네바 공항에서 무식하게 탈출한 죄,
이 모두를 틀고 공항 밖으로 빠져나오니 더 푸르고 높은 스위스의 알프스 하늘이 우리를
환하게 맞이해주고 있었다.
"그런데 여보, 이제 우리 어디로 가지?"
"나도 몰라"
라인강 유람선 탑승이 취소되었기 때문에 우리 앞엔 어떠한 계획도 놓여있지 않았다.
기다리는 일정이 없어서 자유롭기는 했지만 감추어진 영혼만은 결코 자유로울 수가 없었던
모양이었다.
일단은 예정도 없는 여정에 더하여 예정도 없이 제네바 공항에 느닷없이 내렸기 때문에
파리행 열차를 탈 수 있는 제네바 중앙역으로 가기로 했다.
대합실에 들어가 열차 시간표를 보니 가장 먼저 떠나는 TGV가 5시 30분에 있었다.
야간 기차인 줄 알고 격을 한 단계 높여 일 등실 표를 발매를 하고 나니 3시간 정도의 시간
여유가 있었다.
"뭐 하지?"
대낮인데도 조용하기 거지 없는 역 광장을 지나니 조그만 극장이 눈에 들어왔다.
'임마누엘 4'
반 나신의 유명 여배우의 사진만 눈에 들어와 자세히 보지도 않고 그냥 표를 끊고 나니 입체
화면 관람용 안경을 표와 함께 건네주었다.
우리 안방보다 조금 큰 듯한 극장의 좌석수는 20여 석 불과했다.
우리 부부 외에 단 한 쌍의 노부부만 바로 한 줄 건너에 앉아 있었다.
태국의 열대 우림과 함께 입체적으로 펼쳐지는 관능미 넘치는 여배우의 나신, 수준급 성인
영화를 모처럼 아내와 함께 마음껏 즐겼다.
TGV에 시간을 맞추어 탑승을 하였다.
침대를 기대했는데 간단한 식사를 할 수 있는 dining Table 딸린 그냥 여유로운 좌석 칸이었다.
비치된 영어판 안내문을 보니 아 불사! 열차의 파리 동부 역 도착 시간은 밤 10시 조금 지나서였다.
하룻밤 숙박비를 아낄 수 있다는 계산에 일등석으로 격상시켰는데,,,,,
유럽의 이 나라 저 나라가 이웃처럼 가깝다는 것을 느끼지 못하였던 시절이라 감으로만 잡았던
여행 일정의 실수가 드디어 나타나기 시작했다.
잠자리 걱정이나 미지의 도시에 대한 불안감을 느낄 틈도 없이 열차는 파리 동부 역으로
순식간에 들어섰다.
3월 말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를 환영하는 파리의 늦은 밤 진눈깨비가 스산하게 창밖을 매섭게
때리고 있었다.
당장 온몸에 추위가 느껴졌다.
아직 피부가 뜨거운 사우디 날씨를 기억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열차 대합실을 빠져나와 파리 중심지 근처의 호텔로 가기 위해 길게 줄을 서서 손님을 기다리는
첫 택시의 문을 열었다.
영어로 몇 마디 했더니
" 논 " 고개를 저으며 당장 내리란다.
다음 택시도 마찬가지,
"논 "
날씨가 하도 추워서 다시 대합실에 들어왔다.
아내에게 당신은 불어를 공부했으니 한 번 도전해보라고 임무를 슬쩍 전가시켜 보았다.
아내도 마찬가지, 窮側通이 아니라 더 窮側 깜깜이었다.
급하다 보니 한 마디도 생각이 나질 않는단다.
"그럼 생각나는 게 뭔데?"
"샹젤리제 "
아내를 앞세우고 다시 택시를 탔다.
"샹젤리제 "
"위 "
택시 기사는 코 노래를 연신 부르면서 개선문이 있는 샹젤리제 거리를 향하여 우리 부부를 태우고
신나게 달려 나갔다.
2016년 1월 23일
-계속-